‘차떼기’ 정도는 돼야 ‘비리’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6-22 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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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사학재단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감사원 감사결과 무더기로 적발됐다.

    본 감사 대상 124곳 가운데 문제점이 드러난 곳이 무려 100여 곳에 달했으며, 특히 이 중 형법상 불법사실이 적발돼 검찰 고발대상에 오른 학교가 22곳으로 감사대상의 20%에 육박했다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사학비리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비를 횡령하거나 재단 자금을 유용하는 일은 물론, 학생 편입학과 교사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일도 다반사로 행해졌다.

    즉 교비를 빼돌려 설립자, 이사장 등의 개인채무 변제나 재산증식 등에 사용한 공금 횡령 사례와 공사 및 물품 구매시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또 교비 불법유출 사례와 학교재단이 교육재정이나 수익용 재산을 이사회 심의 등 적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운용한 사례 등 불법행위도 다수 적발됐다고 한다.

    사학의 투명성과 공적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 확대는 물론 시설비 등 보조금 사후검증체계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일부 사학재단들은 “그 효력조차 의심스러운 개정사학법을 원천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도 사학법과 민생법안의 연계방침을 들고 나섰다. 이는 사학비리의 온상을 지키기 위해 민생을 볼모로 발목 잡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실제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라는 거창한 의지까지 담아 사실상 정권의 뜻에 따른 표적감사를 했으나, 대부분의 사학이 건전하다는 것이 오히려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정도라면 지금까지 드러난 사학비리 유형에서 새로운 것이 없고 또 비율로 봐서도 여권이 선전했던 것처럼 사학의 대부분이 비리집단이라는 인식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개방이사제를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나라당이 ‘사학비리’라고 인정할만한 사안은 어느 정도나 돼야 하는 것인가. 적어도 ‘차떼기’ 정도는 돼야 그것을 ‘비리’라고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이 사학비리에 경악하고 있다. 한나라당처럼 “이까짓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태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 압승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냉정하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당장 다음달 실시되는 7.26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사학법에 관한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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