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기자단, ‘쪽’ 다 팔았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6-25 19: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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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 퇴임을 앞두고 서울시가 마련한 시청 출입기자단과의 만찬회에서 출입기자단이 이 시장에게 감사패를 건넸다고 한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시청 출입기자들은 지난 23일 서울시장 공관에서 이 시장 내외, 실·국장 등 시청 간부 20여명과 서울시청 기자단 등 100여명이 참석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물론 4년간 나름대로 오간 정(情)이 있기에 만찬회를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이명박 CEO를 보내며`라는 글이 담긴 기자단 일동 명의의 감사패를 제작해 전달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감사패 내용이라는 것도 도가 지나쳤다.

    감사패에는 “시골에서 자란 한 청년이 청계천을 복원하고 난마처럼 얽힌 버스노선도 뜯어고쳐서 서울시민이 4년 동안 행복했고, 쓰는 기자들도 신명났다. 죽은 줄만 알았던 35만평 숲이 다시 들어선 것도 이 청년 때문이다. 앞날의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다분히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쯤 되면 ‘아부’가 지나쳐도 보통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같은 기자로서 ‘쪽’이 다 팔렸다는 생각까지 들겠는가.

    실제 이날 참석했다는 한 기자는 미디어 오늘에 “기자단이 준 감사패 문구는 듣기에 민망할 정도였다”며 “(이 시장이) 유력한 대권후보이다 보니 줄을 서는 분위기 같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굳이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서울시청 기자단과 이 시장과의 유착관계는 너무 지나쳤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터다.

    이 시장은 지난 3월11일부터 워싱턴-뉴욕-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서울시와 자매결연 등을 하는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CBS, 동아일보, 서울경제, SBS, MBN 기자 등 출입기자 8명과 카메라기자 1명이 동행했다. 물론 서울시는 이들의 취재경비를 공무원여비규정(4∼5급 대우)에 따라 한 사람 당 4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비판기사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나마 유일한 서울지역 일간지인 시민일보가 제 목소리를 낼 뿐이다.

    오죽하면 김정훈 서울시민포럼 정책기획실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매일 해봐야 이 시장은 100여명의 서울시청 출입기자만 잘 다루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사실 이명박 시장은 ‘언론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청 기자단에는 비판 언론보다 이명박 홍보언론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는 이영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의 지적이다. 서울지역의 유일한 지방일간지인 시민일보조차 ‘비판언론’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배척당할 정도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며칠 뒤면 오세훈 시장 당선자가 취임한다. 그 역시 쪽(?)팔리는 기자단만을 상대할지, 아니면 비판언론에게까지 문호를 확대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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