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선거 그 후

    칼럼 / 시민일보 / 2006-07-20 19: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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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웅 래(열린우리당 의원)
    열린우리당에 충격같은 패배를 안겨준 5.31 선거가 끝난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선거 참패 직후 당을 무겁게 짓누르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바뀌어야 산다, 달라져야 산다”는 절체절명의 호소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또 다시 탄식의 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탄식의 소리가. 선거 참패 직후 우리는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의 뜻을 높이 받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하는 것이 그 길인지, 국민들께 속 시원하게 제시할 수는 없었던 듯싶습니다.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는 더욱 꼬였습니다. 그나마 한가닥 수습의 기대를 모았던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측은 해괴한 발언을 내뱉으며 일방적 철수로 회담을 결렬시켰습니다. 한미관계도 영 아닙니다. 다자간 수습의 골격에서도 우리는 아예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런 속에서 한미 FTA 협상도 대통령이 밀어붙인다고 합의가 되겠습니까? 내부 반발로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입니다. 말 많은 부동산·세제 문제도 ‘청와대 입장 따로’ ‘당 입장 따로’여서 해당부처는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쁩니다.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히’ 불리합니다. 정부·여당의 지지도는 10%대입니다. 언론은 상황을 부채질합니다. 소위 ‘메이저 언론’은 물론이고 언론 대부분이 정부가 하려는 일, 정부가 추진하는 일마다 지지의 여론몰이는 고사하고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굉장히 인색합니다.

    일반 국민의 긍정적 여론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지형도 나쁩니다.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국회의 입법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어 있는 한 어떤 것도 이루어내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우리당에 그나마 남아있는 자산은 국회의원 142명입니다. 의원들은 말을 많이 아끼고 있습니다. 5.31 선거 이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지만, 위기에 처한 당에 더 이상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절박감 반, ‘말해봐야 헛수고’라는 자괴감 반으로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삼가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모습으로는,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참여정부 후반기 동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5.31 민심’을 받들기 위해서라도 중산층의 눈높이, 서민의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재점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설령 기존 정책 방향과 기조대로 계속 밀고나간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쳐 확실하게 재점검한 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더 이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밀고갈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국민이 대통령”이고 “국민이 주인”이라고 말한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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