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입니다

    기고 / 시민일보 / 2006-07-24 19: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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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마약과의 전쟁’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미국사회 문제 가운데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마약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마약세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을 벌인 것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도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주택가까지 파고든 사행성 게임장의 폐해는 아는 사람은 그 심각성 때문에 모두 손사레를 칠 지경입니다.

    이같이 심각한 실태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제가 이끌고 있는 ‘불법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소위원회’가 국회 차원의 현장방문에 나섰습니다. 7월20일 오후 5시, 소위원회 발족 후 첫 회의를 마치고 난 뒤였습니다.

    경찰과 함께 저희 일행이 먼저 도착한 곳은 게임장이 밀집해 있다는 영등포 시장 일대. 한집 건너 성인오락실과 성인 PC방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온통 게임장 일색입니다. 이상한 것은 게임장마다 문이 닫혀있거나 영업 중인 업소도 텅 비어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현장시찰 정보가 소위 말하는 대로 ‘벌써 샌 것’입니다.

    난처해진 동행 경찰관은 “단속하려고만 하면 어떻게 그렇게 미리들 알고 문을 닫는지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민망해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다 문을 연 한 성인 오락실을 발견하고 밀고 들어갔지만, 손님도 주인도 없고 종업원 몇 명만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상살이 깝깝한 판에, 성인들이 오락실 좀 찾아 스트레스 풀려고 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선량한 국민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잔돈푼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오히려 사회에 순기능을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성인오락실이 더 이상 잔돈푼 장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가볍게 즐길 생각으로 오락실을 찾는 손님들을 도박에 빠지게 하고, ‘한탕’이나 ‘대박’에의 꿈을 갖고 찾아드는 손님들의 주머니를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드는 일이 다반사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성인오락실에 있는 게임 가운데 80% 이상이 스크린경마나 릴게임(슬롯머신처럼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당첨되는 게임) 같이 사행성이 심한 게임입니다. 이들 게임은 현행 법 규정대로라면 한 게임의 당첨 한도는 2만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실제 당첨금이 기백만 원까지 나올 수 있다고 단속경관은 설명합니다. 당첨이 연속으로 될 수 있는 ‘연타기능’이 가능하도록 게임기를 불법적으로 개조·변조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 사람이 게임기 버튼에 손 대신 재떨이나 라이터 등을 올려놓으면 여기저기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동시에 10개의 게임기를 동시에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곧 ‘대박’이 터질 것처럼 예고하는 ‘예시기능’으로 손님을 유혹해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은 손님들을 일순간에 도박에 빠져들게 한다고도 귀띔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게임장의 탈세입니다. 하루 매상이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오른다는데, “한 달 세금을 얼마 내느냐?”고 종업원에게 묻자 “잘 모르지만 아마 십만 원 조금 넘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천만 원 매상에 세금 달랑 십만 원’이라면,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봉급장이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 아닙니까?

    이런 상태에서 인근 성인 PC방을 둘러보아야 별무소득일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에, 예정에 없이 문래동으로 현장시찰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업장의 불이 모두 꺼진 채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국회 현장시찰 정보가 새어나가 영등포 전역의 사행성 게임장은 사정이 모두 비슷할 거라고, 단속경관이 곤혹스런 목소리로 귀띔을 합니다.

    주인에게 게임기에서 포커 게임을 작동시켜 보라고 요구했습니다. 한번에 500명까지 온라인으로 다른사람들과 포커게임을 할 수 있고, 한판에 기백만원을 딸수 있다고 합니다. 전국의 PC방에서 수백명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현금 도박을 할수 있는 것입니다.

    단속의 기술적 어려움도 큰 문제입니다. 불법 현장을 덮치더라도 순식간에 전원이나 스위치를 조작하면 사행성 게임 증거를 모두 없앨 수 있다고 단속경관은 애로사항을 호소합니다.

    불법을 뻔히 아는데도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단속 자체가 간단치않다는 것이지요. 더욱이 대부분의 손님들은 성인 PC방에 가기만해도 ‘도박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골치라고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놓습니다.

    단속경찰들은 사행성 게임장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전국이 도박장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결같이 지적합니다. 지금 당장 사행성 게임이 우리 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뿌리 뽑는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입니다. 더 이상 자신도 모르게 사행성 도박에 빠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자칫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인 게임산업 자체를 사회악으로 낙인찍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25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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