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때를 알아야

    칼럼 / 시민일보 / 2006-07-31 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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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광 원(열린우리당 의원)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13년간의 주유열국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노나라의 임금 애공이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공자는 간단하게 대답하였다.

    “정치는 신하를 선임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은 인사가 만사라는 내용이지만, 그 속뜻은 현명한 사람을 널리 구하여 등용하기보다는 자기 비위에 맞는 사람들을 등용하기 쉬운 정치의 속성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지난 연말 지역의 어르신이 나의 두 손을 꼭 잡으시며 하신 말씀을 잊을 수 없다.

    “이보게 한의원!
    난 요즘 너무 부끄러워서 친구들을 만날 수 없네.
    친구들 말이 ‘자네는 노무현 찍었는데 그래 지금도 노무현이 지지하나’하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네.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버릴수가 없다네.
    우리 서민들도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어야 하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열심히 해주게”

    난 그 당시에 그 어르신의 뜨거운 감정과 간절함을 가슴에서 느꼈었다. 하지만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다짐도, 희망과 기대가 무너져 내려버린 지금은 다 소용없게 되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국민의 자조섞인 한마디에 백약이 무효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열린우리당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역대 어느 정권, 어느 집권 여당보다도 깨끗하고 참신하며 덜 권위적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로 비쳐지는 우리당의 이미지는 왜 초라하기 짝이 없을까? 대통령의 뜻대로 하지 않아서 잘못되었나? 분명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운영의 공동책임자란 것이다.

    깨끗한 정치를 하고, 권력기관들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고, 개혁을 열심히 하여도, 어찌되었든 국민의 눈에는 정치를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어떤 변명도 국민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한다면 공자의 말씀대로 신하를 잘 선임해야 한다.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보다도 국민의 신망을 얻는 현명한 사람을 널리 구해 등용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참모들은 정중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뚜렷하게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당은 대통령이 신하를 잘 선임하도록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성공이 참여정부의 바탕인데 그 바탕이 갈라지고 있는 지금, 이를 보듬고 추스를 사람들이 뒷짐을 지고 있거나, 건전한 비판을 송곳 같은 목소리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같은 길을 계속 간다면 대통령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는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위 글은 시민일보 8월1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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