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있는 곳에 기자가 있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8-11 17: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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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20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강원도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즐겨 당의 징계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29일에는 여권 고위인사들이 수해지역 골프장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기자들이 포함됐다고 하니,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실제 지난 29일 MBC ‘뉴스데스크’는 ‘물난리 속 또 골프’ 제하의 기사에서 김혁규 열린우리당 전 최고위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등 여권 인사들이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출입기자 8명과 충북 충주의 골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물론 김혁규 전 최고위원과 정세균 장관은 “골프를 치기 위한 모임이었던 것은 맞지만 수해 때문에 골프는 치지 않고 아침 식사만 하고 빠져나왔다”고 밝혔으며,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등 나머지 일행도 라운딩에 나섰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골프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김혁규 의원은 “수해도 있고 해서 (모임을) 뒤로 미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쪽(기자들)에서 일단 약속했던 대로 그냥 가자고 해서 인사나 하고 (왔다)…”며 기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의 태도도 옳지 못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정치인들을 꾸짖을 때, 마치 자신들은 깨끗한 척 하면서 수해골프를 그렇게 비난해 놓고는 비가 와도 괜찮으니 골프를 강행하자고 먼저 요구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하고 반문했다.

    정치인들이 같이 골프를 치자고 할 때 정색을 하며 그들을 꾸짖어야할 기자들이 오히려 그들과 어울려 골프를 쳤는데도, 기자들을 비난하는 기사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일을 크게 보도한 J일보의 기자도 현장에 있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 정도면 뻔뻔해도 도가 지나치다 싶다.

    사실 정치인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매 현장에는 기자들이 있었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성추행 현장에 D일보 기자가 있었는가 하면, 박계동 의원의 성추행 현장에도 D일보 기자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최 전 총장은 당시 추행장소를 ‘음식점’이라고 해명했으나, 정확한 장소는 ‘노래방’이라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식사자리와 술자리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치부 기자가 정치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 한잔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자가 출입처 사람인 당직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신 후에 노래방까지 동행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데도 당시 기자들을 비난하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두고 ‘초록을 동색’이라고 하는 것인가.

    만일 우리 시민일보 기자가 그런 장소에 끼어 있었다면 굳이 언론인의 윤리강령을 들먹일 것도 없이, 그가 누구이든 당장 파면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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