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맞아?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8-11 17: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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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지방세란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주민에게 부과·징수하는 조세를 말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이 지방세의 절반 정도를 일방적으로 날아가도록 조치를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어려운 재정을 감당해 내지 못한 채 “문을 닫겠다”며 아우성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단체장들이 중앙정부에 가서 연신 손을 비벼대면서 구걸해야할 판이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 거래세, 부동산 취·등록세 등 지방세 인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요즘 거래세나 부동산세가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방재정에 대한 정부의 대안마련이 있은 다음에 취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이 순서다.

    이에 대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거래세가 모두 다 지방세인데 경기도 같은 경우는 지방세 전체의 70.68%가 거래세이며, 충청남도는 77.5%, 충청북도 73%, 강원도 75%다”며 “이렇게 70% 이상의 지방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전액 지방 교부금으로 주겠다는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침일 뿐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지방세가 70% 이상 날아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부의 방침은 아직 현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고사하고 관할 공무원에게 지급할 인건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세를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들게 조치를 취한다면, 그것은 지자체로 하여금 ‘죽어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김문수 지사가 이를 두고 ‘중앙정부의 폭거’라고 규정했겠는가.

    실제 김 지사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16개 시·도지사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것은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대통령 취지에도 안 맞고, 근본적으로 지방자치하고는 완전히 역행하는 중앙의 폭거”라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지방재정의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 재정이 중앙정부에 예속되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단체장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없다.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세 인하를 결정하기 이전에 먼저 실질적인 자치재정권 확보를 위한 세원재배분과 법정교부세율의 인상 등 재정 분권의 토대를 마련했어야 옳았다.

    국세를 대폭적으로 지방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기준재정부족액에 대한 보전율이 적어도 90% 이상이 되도록 법정교부세율을 인상한 후에 지방세 인하를 결정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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