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공무원노조의 ‘相生’ 실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9-06 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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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지난 5일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박진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그날 밤 11시경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간 필자는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 진영의 대표주자격인 김무성 전 사무총장과 친이(친 이명박) 진영의 핵심인사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이 함께 자리한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필자가 두 사람에게 “보기 좋다”고 하자, 서장은 서울시당 대변인이 “이게 한나라당 서울시당의 모습”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갈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서울시당 부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이 “서울시당은 경기도당 하고는 다르다”고 거들고 나섰다.

    최근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친박’대 ‘반박’, 혹은 ‘친홍(친 홍문종)’대 ‘반홍’대결 구도로 진행된 것을 비꼬는 말이다. 물론 한나라당 내 중도진영의 소장파를 대표하는 박진 의원의 역량이 서울시당을 하나로 묶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소속 당원들 모두가 ‘하나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지도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화합을 이뤄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펜클럽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팬클럽 사이에서 얼마나 갈등이 심각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박그네’니 ‘명바기’니 하면서 상대 유력대권주자를 비하해 호칭하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서울시당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장은 대변인은 “만일 한나라당이 갈라진다면, 우리는 집에서 애나 보겠다”는 우스개 소리로,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의 멸망은 외세에 의한 침략보다도 내분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아마도 이 같은 일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 것 같다.
    최근 이보다 더 아름다운 상생의 모습이 서울 자치구의회와 공무원노조 지부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어 소개하려 한다.
    구로구에서는 6일부터 5일간 구로구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된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조 구로구지부가 첫날 구의회 내무행정 위원회와 도시건설 위원회를 방문, 위원장과 간담회 및 감사중인 구의원 방문 인사를 했다는 것.

    허원행 지부장, 박동순 수석부지부장, 이재열 사무국장 등 지부 관계자들은 황규복 내무행정위원장과 서호연 도시건설 위원장 등을 방문해 ▲행정사무 감사의 원활한 진행에 상호노력 ▲행정감사의 고압적인 진행을 불식하고 미래지향적인 감사가 되도록 노력 ▲구로구의회와 구로구지부가 상호존중하여 구민 및 직원의 복지향상에 노력 ▲향후 구의회와 구로구지부 간담회 개최 등에 대해 협의가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동작구지부가 동작구의회를 방문해 김숭환 동작구의회 의장 등 의장단과 만나 상생의 첫발을 내디딘 바 있다.

    동작지부 관계자들은 당시 동작구의회 의장단과의 면담에서 9월 실시 예정인 행자부 주관 정부합동감사, 국정감사, 2007년 업무계획, 예산 수립 등 당면 현안 업무를 감안, ▲행정력 낭비 소지가 다분한 과다한 자료 및 중복자료 요구 지양 ▲구정 현황 자료 등 책자(자료), 기제출 자료 활용 ▲부서/직급별 등 개별적 인사자료 요구 자제 ▲자료 요구 이전에 구의회사무국 및 총무과, 관련 부서장, 담당자 사전 면담 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 강구 ▲행정자치부 등 타 기관 수감시 자료 요구 자제 등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김숭환 구의장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에 동작구지부는 “동작구의회의 고유 권한을 존중하며 견제와 갈등이 아니라 구정 발전과 구민 편익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에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과거 같으면 구의회와 공무원노조가 이처럼 웃으며 악수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몇몇 자치구에서는 구의회와 공무원노조가 대립각을 세우며,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갈등은 주민들로 하여금 세상이 각박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갈등의 모습을 걷어내고,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이처럼 상생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세상은 그만큼 살맛나게 변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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