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미니 지방선거’ 우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9-11 19: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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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국장
    {ILINK:1} 현직 구청장이 대리시험을 통해 고졸 학력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다수의 서울지역 기초단체장들이 구청장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실제 서울시내 일부 구청장들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잃을 처지에 놓여 행정차질은 물론이고 자치행정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이훈구 양천구청장은 학원강사를 매수해 고졸 검정고시 대리시험을 치게 한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이 구청장이 지난해 6월 대리시험에 이어 지난해 4월에 치른 중졸 검정고시도 대리시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양천구민들에게 깊은 사죄를 드린다”면서 “(이 구청장의)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아무리 못 배운 것이 한이라 해도 대리시험으로 학력을 따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인수 금천구청장 역시 전문대 졸업사실을 숨기고 4년제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학력을 허위기재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앞서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시의회 의원들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간부급 공무원 교육에 배우자를 참석시키고 금품을 돌린 혐의로(2만4000원 상당의 스카프)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서 구청장이나 김 구청장의 경우, 형이 확정되면 구청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1심에서 형이 감형되는 일은 있지만 200만원이 구청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100만원 이하로 감형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따라서 김 구청장은 대법원까지 갈 때까지만, 즉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만 구청장직을 유지하게 될 공산이 크다. 서 구청장의 경우는 확률 상 반반이다. 150만원을 선고받은 경우 100만원 혹은 80만원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김형수 영등포구청장은 지난해 12월 말 구의회 세미나에 참석해 4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간단치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경력·전과기록 등 허위홍보로 서울 시의원과 구의원 등 지방의원들도 벌써 3명이나 기소 됐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정병하)는 지난 7일 5.31 지방선거 홍보물에 경력과 학력, 전과기록 등을 허위로 기재한 서울시의원 오 모씨, 이 모씨와 서울 성북구 의원 윤 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오씨는 지난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홍보용 명함과 공보물, 선전벽보 등에 모 사회복지단체 지회의 후원회 부회장인 자신의 경력을 이 재단 후원회 부회장이라고 거짓 홍보한 혐의다.

    이씨는 앞서 2월 선거 홍보용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문대 환경대학원을 수료했다고 학력을 부풀려 기재한 혐의다. 이씨는 환경관련 사단법인에서 주관한 비정규 학력과정을 수료했다.
    윤씨는 폭행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으면서 선거공보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란에는 ‘전과기록 없음’이라고 기록,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신분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당선인이 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을 무효화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혐의를 받고 있거나, 기소된 구청장이나 시·구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즉 서울지역에서 ‘미니 지방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미니 지방선가 실시될 경우, 엄청난 예산이 사용될 것이다. 그 예산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사태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당선자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일차적인 책임은 잘못을 저지른(그것이 고의든 실수든) 당선자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공천제도를 왜 만들었는가. 바로 ‘정당책임정치’를 하라고 만든 것 아닌가. 그렇다면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고 공천을 준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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