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행자부, 대화에 나서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9-12 17: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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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와 행정자치부의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은 조마조마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마치 같은 레일 위에서 기관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것처럼 위태롭기 때문이다.
    실제 전공노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고, 국민의 세금을 노조탄압에 악용하는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전공노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설립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5년 동안 활발히 활동해온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행자부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사실 전공노는 그동안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고발하면서 과거 부정부패를 시인하고 자정노력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었다.
    더구나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강요하며 진행된 행자부의 탈법적인 공무원노조 탄압은 이미 ILO(국제노동기구)뿐만 아니라 ICFTU(국제자유노련), PSI(국제공공노련), 북유럽공무원노조협의회 등 많은 국제 노동단체들의 한국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권고, 항의를 통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상태다.

    따라서 법외노조라는 이유만으로 전공노를 말살하려는 행자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
    그렇다면 강경투쟁 일변도의 전공노는 어떤가?
    과거처럼 지금도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행자부가 이른바 ‘지침’이라는 것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하고, 전공노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펴는 데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도 전공노의 강경일변도 투쟁에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전공노는 그동안 단체교섭권,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민간기업 노조처럼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합법노조로 전환하지 않고 법외노조로 남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하지만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투쟁에 나선 공무원들을 선뜻 지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길거리 투쟁’보다는 ‘대화’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면에서 전공노 권승복 위원장이 “정부가 제한된 단체행동권 제안을 수용하면 합법노조 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며 정부측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나, 전공노 서울지역본부가 구청장협의회 측에 면담을 요청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권 위원장은 “제한된 단체행동권은 국민들에게 심각한 생활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민원실, 읍면동 사무소, 상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립장, 지하철 등 사업장의 경우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제한된 단체행동권 제안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시민들의 생할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해 준다면, 합법노조로 전환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공노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점차 전공노로부터 등을 돌리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윈-윈 제안’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이를 환영하는 바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막무가내다.

    ‘제한된 단체행동권’ 제안을 정부가 수용하면 합법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행자부는 이날 “합법노조가 아니면 협상을 할 수 없다”면서 “제한된 단체행동권 제안도 현행 법체계상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전공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행자부는 당연히 그 손을 맞잡아야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 내민 손을 매정하게 뿌리친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향후 이에 따른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경우, 그 비판의 대상이 전공노에서 행자부로 바뀔 가능성이 많아 졌다.

    같은 의미에서 서울구청장협의회장인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서울본부의 면담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물론 노재동 구청장의 “면담에 응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하위직 공무원들이 그토록 대화를 갈망하는 데 굳이 이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이 덕을 베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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