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이 소수를 위한 ‘명품주택’ 사업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09-19 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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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결국 시민일보가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은평뉴타운이 아파트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민일보의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18일 전격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나섰다.

    당시 시민일보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분양원가를 공개한 이후 여기저기서 고분양가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뉴타운은 서울시가 강남북 균형 발전과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다.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고, 체계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여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주거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은평 뉴타운은 되레 판교에 이어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으니 ‘땅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실제 은평뉴타운의 1만5200호의 분양가를 살펴보면, 보상가 등을 제하면 토지비에서만도 6000억원정도의 차익이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또한 평당 건축비가 500만원을 훌쩍 넘게 책정된 것도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것.

    한 네티즌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통해 “서울시에서 시행한 아파트 공사가격이 서울 한복판의 별 다섯개짜리 호텔의 건축비보다 비싸다는 게 이해가 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비꼬았다.

    심지어 또 다른 네티즌은 “평당 34평형이 토지비 건축비를 포함해서 1151만원인데, 건축비가 515만원에 토지비가 636만원이다. 평당건축비 515만원이면 호텔이다. 특급호텔 스위트룸이다. 스텐다드룸은 그 정도 안들어 간다”고 비아냥 거렸다.
    결국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특급호텔의 스위트룸과 같은 ‘명품주택’ 짓기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것을 진정 서민주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소수를 위한 명품주택에 불과하다.

    평당 1500만원 수준의 주택에 쉽게 들어 갈 수 있는 서민, 그것도 강북 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은평 뉴타운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앞세워 서민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 공공택지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택지개발촉진법 등에 의한 택지가 아니라는 교묘한 해석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나가고 있다.

    실제 은평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60~70%가 높은 분양가를 내걸고 있다. 결국 소수의 ‘명품’족을 위한 아파트가 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은평뉴타운에서 시작된 고분양가 논란이 뚝섬 등 다른 뉴타운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뚝섬 상업용지는 서울시가 땅을 워낙 비싸게 팔아 이곳에 들어서는 아파트 분양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뚝섬 상업용지 분양 업체들이 평당 5660만∼7730만원에 땅을 낙찰받은 만큼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3500만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뉴타운지역에서는 평당 예상분양가를 놓고 조합원간 이견이 표출되는 가하면,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노골화되면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 사업시행인가가 난 길음뉴타운 내 일부 구역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1200만~1400만원대로 예상됐으나 평당 1500만원 이상으로 분양가를 높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센티브 50%가 상향되는 장위지구 등 ‘정비촉진지구’의 경우도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흑석뉴타운 6구역의 경우 조합은 당초 평당 분양가 1500만원선에서 분양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으나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책정 이후 1700만원까지 높일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뉴타운 전역이 ‘고분양가 아파트’, 즉 ‘명품주택’화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서울을 떠나서 살라는 말인가?

    이번에 서울시가 공개한 분양원가를 액면 그대로 믿는 시민들은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기만하는 분양원가 공개가 아니라,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철저히 검증된 방식의 분양원가를 다시 공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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