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답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0-19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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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국제연합(UN)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필자는 이미 2년 전인 2004년 10월 18일자 본란 칼럼을 통해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의 탄생을 예견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한국인 UN사무총장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유엔에서 차지하는 사무총장의 위치는 실로 막강하며, 이런 자리에 우리 한국인이 임명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현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코피 아타 아난’ 사무총장의 임기는 2006년 말로 끝이 나며, 차기 사무총장은 2006년 가을총회에서 191개 회원국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런데 아프리카 출신의 사무총장 다음은 아시아 출신이 그 뒤를 잇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국 수라키앗 외무장관이 자국총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출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지난번 아시아 몫으로 동남아 미얀마 출신의 ‘우 탄트’가 사무총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동북아에 그 몫을 넘겨야 한다는 게 아시아권 회원국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동남아권인 태국인이 차기 사무총장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면 동북아권 국가에서 어느 국가가 가장 유력한가.

    우선 ‘코피 아타 아난’이나 ‘우 탄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유엔사무총장은 강국이나 대국출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중국은 안전보장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당연히 배제된다. 일본도 강국으로서 기피국가 가운데 하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이다.

    당시 필자가 이런 주장을 할 때만 해도 ‘미친 소리’ 쯤으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필자의 예언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선출소식이 반갑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높이는 일이다. 장관 스스로도 “대한민국의 큰 영광”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유엔과 그 산하 기구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나 유엔 인권 기구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등 우려할만한 일이 이만저만 아니다.

    실제 지난 2001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는 “교원 및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이 법과 실재 모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ILO가 직접 “한국정부는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합 권리를 완전 보장해야 하며, 공무원노조의 활동에 그 어떤 개입도 삼가야 한다”는 권고를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정부는 이런 유엔의 권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노동조합 활동을 심각히 제한하는 특별법을 입법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노조와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특별법은 노동 3권 가운데 단결권은 제한된 범주의 공무원노동자에게만 주어지도록 했다.

    단체교섭권은 노동조건과 관련된 중요한 의제들에 대한 단체협약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며, 단체행동권은 아예 전면 부정되고 말았다. 이 정도는 약과다.

    정부는 부산에서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가 열리고 있는 와중인 지난 8월30일 공무원노조 지역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기까지 했다.

    실제 125개의 공무원노조 사무실이 철판이나 쇠기둥으로 용접하는 수법으로 강제 폐쇄조치 됐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 안에 있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폭력적으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유엔 가입국은 총 191개국이다. 사무총장은 대외적으로는 이들 전체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수석행정관으로서 사무국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게 된다.

    이렇게 막강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의 정부가 지금처럼 유엔의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과연 유엔의 권위가 제대로 지켜지겠는가.

    또 지구촌의 심판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 정부를 향해 ‘레드카드’를 든다면 그 모양새가 어찌 되겠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영광스런 국가다. 그렇다면 그 위상에 걸맞게 이제는 우리 정부의 인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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