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마술”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0-22 17: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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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동작구 김우중 구청장이 최근 필자의 칼럼을 읽고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며, “칼럼의 소재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지난 12일자 칼럼에서 “요즘 필자의 필력이 약해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고백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사실 김우중 구청장은 시민일보의 애독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시민일보만큼 서울지역의 지방자치정보를 상세하게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신문이 또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시민일보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고 했다.

    그는 시민일보의 여러 기사들 가운데서도 특히 필자의 칼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가볍게 만나 술 한 잔을 나누며 칼럼의 소재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것.

    김 구청장은 균형발전을 말하면서도 행정은 전혀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쪽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령 20m 이상의 도로는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데 강남지역은 대부분이 20m 도로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강남구는 도로관리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 반면 동작구는 20m 이상의 도로가 하나도 없어서 동작구가 도로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이런 문제로 인해 자치구간에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 등등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주제보다 김우중 구청장이 그냥 ‘슬쩍’ 지나가는 어투로 “행정의 아이디어를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얻을 때가 많다”고 말한 것에 귀가 솔깃해졌다.

    예를 들면 시부모님을 모시는 어느 주부가 ‘일년에 단 며칠만이라도 시부모님을 공기 좋은 시설에 모시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만이라도 자유롭게 생활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기에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자’는 차원에 노인휴양복지시설을 만들게 됐다는 것.

    실제 동작구는 지난 2001년 전국 최초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신야리 소재의 폐교를 매입, 관내 노인을 위한 휴양복지시설로 운영해오고 있다.

    넘쳐나는 신청자들을 미처 소화해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구는 지난해 6월 펜션동을 신축하는 등 휴양소 시설을 대폭 확충할 정도로 노인유양복지시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지금은 서울 관내 공공기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유 수유실’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동작구가 선구자다.
    한 민원인이 젖먹이 어린 아이를 안고 구청을 방문했다가 모유를 먹일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모유를 수유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를 듣고 김우중 구청장은 곧바로 청사내에 수유실을 만들도록 조치했다. 이것이 시발점이 돼 현재 동작구 관내 주요 공공건물에는 물론이고 인근 금천구나 서초구 등에도 퍼져, 서울시내 공공기관의 건물에서 모유수유실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그래서 필자는 “행정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김우중 구청장만큼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지방자치의 행정이라는 게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그저 주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다보면, 행정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철학인 것 같다.

    필자는 이점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판단에서 동작구 출입기자에게 이 기사를 기획기사로 써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거대한 꿈만 꾸다가 임기를 마치는 일이 허다하다.

    혹은 임기내에 뭔가 눈에 띄는 거대한(?) 업적을 이뤄야겠다는 욕심에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탈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 같은 경우가 그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김우중 구청장이 한 일은 작다면 작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작은 아이디어로 만든 ‘품앗이 자원봉사은행제’는 이제 전국적으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해 졌다.

    실제 ‘품앗이 자원봉사은행제’는 옛부터 전해오는 두레, 품앗이 제도 등을 현대에 알맞게 적용시킨 렛츠(LETS)의 한 형태로 지난 1999년 11월29일 동작구가 전국 최초로 시작, 경기도 성남시, 군포시 등 전국 5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이 제도를 전파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이것은 청계천복원처럼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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