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추모공원, 오세훈 손에 달렸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0-25 19: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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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오세훈 서울시장이 큰 결단을 내렸다.

    고 건 전 서울시장이 재임당시 기존의 시립 벽제화장장과 파주 용미리 납골당 증설만으로는 화장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제2추모공원을 구상하고 터까지 선정했으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 이 사업은 청계천복원사업과 버스개혁 등 이른바 ‘표(票) 받는’ 정책에 밀려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추모공원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재덕(수원장안) 의원은 26일 서울시 국정감사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는 원지동 추모공원 소송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두려워 결국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문학진 의원의 질의에 “추모공원 사업이 중단된 것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라며 “서울시의 승소 가능성이 높고, 승소하면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던 것이다.

    물론 서초구·청계산지키기 시민운동본부 등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오 시장이 어떤 시달림을 당하게 될지는 안 봐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추모공원 사업은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서울시립 벽제화장장은 하루 평균 81건의 화장을 처리해 적정 건수인 63건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 파주시 용미리 시립납골당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2003년 5월1일부터는 아예 일반 시민의 사용을 중지시키고,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 수급권자에게만 유골 안치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사립 납골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것은 형편이 좋은 시민들의 경우다. 가난한 서민들은 화장로를 구하지 못해 인근 수도권 지역인 인천·수원·성남은 물론 대전화장장까지 달려가야 겨우 화장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서울시에서 장묘 업무를 맡았던 한 일선 공무원이 퇴직을 앞두고 “서울시가 화장장·납골당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직접 건의하는 전자우편을 오세훈 시장에게 보냈겠는가.

    박태호 월드컵공원사업소 환경관리팀장(6급)은 최근 오 시장에게 띄운 전자우편에서 “화장장·납골당 건립 계획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알면서 서울시가 마냥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민이 생을 마감한 다음, 남은 유족들이 화장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유해를 모실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이런 서글픈 현실을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었다.

    지난 2000년 고 건 시장은 화장 수요가 늘어나자 최신식 화장장과 납골당을 새로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마침 에스케이그룹도 화장을 한 최종현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추모공원을 세울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가 터를 마련하면 에스케이는 400억원을 들여 화장로·납골당·장례식장 등을 포함한 ‘추모공원’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후 서울시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모공원 부지 선정위원회’(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만들어 터를 물색한 결과 서초구 원지동에 4만9730평을 마련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서초구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며 시를 상대로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내면서 일이 꼬였고, 이명박 전 시장 취임 이후엔 서울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사실상 원지동 추모공원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서울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화장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혐오시설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오 시장이 추모공원 건립을 재추진한다면, 당장에는 박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도 처리해 내지 못한 일을 슬기롭게 처리해낸 ‘능력 있는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직 표만을 의식했던 이 전 시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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