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이혼도장’만 남았으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2-04 18:26:23
    • 카카오톡 보내기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2004년 가을 한국 이혼율이 세계 1위라는 통계가 나와 복지부가 이혼억제정책을 내놓는가하면, 각종 언론은 가정파탄과 해체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호들갑을 떤 일이 있었다.

    이혼율 47.4%라는 통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하루 평균 결혼건수가 840쌍인데 반해 하루 398쌍의 부부가 이혼한다는 수치를 단순히 계산한 것으로써 물론 오류였다.
    실제 사람들의 총결혼 횟수 대비 총 이혼횟수를 이혼율로 상정해 보니, 이혼율은 9.3%로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결혼 10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어서 대한민국 이혼율은 세계 5위권 내에 든다. 이처럼 높은 이혼율을 보이다보니 이제 재혼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실제 지난 2005년 65세 이상 남자의 재혼 건수는 1995년 940건에서 1573건으로 1.7배 증가했다. 이 중 이혼 후 재혼한 경우가 절반이 넘는 884건으로 사별로 인한 재혼(689건)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65세 이상 여자의 재혼 역시 172건에서 414건으로 2.4배 늘었다.
    황혼이혼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신청 2500여건 가운데 결혼 생활 26년이 넘은 황혼 이혼이 전체의 19%를 차지할 정도다. 16~25년 만의 이혼도 26%나 된다. 결혼 26년 이상 남성이라면 대개 50대 중반을 넘겼을 것이고 16~25년이라도 마흔은 ‘훌쩍’넘어섰을 나이다.
    과거 같으면 ‘미운 정(情)’때문이라도 이 나이에 갈라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미운 정’을 운운하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이 정치권에서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지금 열린우리당 내 재창당파와 통합신당파 간의 결별은 돌이킬 수 없는 수순이 됐다. 다만 합의 이혼과정에서 누가 재산을 더 많이 갖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실제 김근태 당의장과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파와 친노직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재창당파 사이의 갈등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세 대결 양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가 이번주부터 소속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방법, 정계개편의 방향 등 쟁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비대위측은 설문조사에 대해 “순수하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묻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적 우위가 확실한 통합신당론을 재확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실제 재창당파는 많아야 40명 안쪽이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의정연구센터 등 친노직계가 국민참여1219 등과 연대해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신당파 중심의 정계개편 논의에 대한 맞대응을 예고한 것은 다분히 이를 의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이혼을 요구할까? 그리고 결국 집을 나가야 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일단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재창당파가 집을 떠날 확률은 희박하다. 결국 통합신당파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미 통합신당파는 재혼 대상으로 민주당과 고 건 전 총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탈당 시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포기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탈당을 결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혼을 하면 속이야 후련하겠지만, 그로인해 살길이 막막해진다면 선뜻 이혼장에 도장을 찍기 어렵다는 말이다.
    일단 집에 남는 쪽이 유리하다. 열린우리당의 법통을 지킬 경우 기본적으로 42억원의 국고를 보장받고, 여기에 의석수에 따라 ‘+ 알파’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은 재창당파와 통합신당파가 서로 집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가 알아서 나가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결국 한 지붕아래 살면서도 각방을 쓰는 부부처럼 서로 갈등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란 말이다.

    그러면 재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당과 고 건 전 총리 측은 이들이 이혼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 줄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