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극복해야할 지역주의이지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2-07 18: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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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국민대통합을 가로막고, 갈등을 부채질하는 지역주의는 극복해야할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희생해도 될 만큼 지고지순한 선(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대연정 찬가’를 부르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지역주야말로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며 이런 관점에서 연정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마치 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청와대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먼저 청와대 비서실 정무팀 소속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이 6일 청와대브리핑에서 ‘대결·교착정치 놔두고 국정운영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글을 통해 노골적으로 연정 찬가를 불러댔다.
    그는 대통령이 편지에서 한국정치의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역주의와 결합된 대결적 여소야대 구조를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당도 과반을 점하기 어려운 다당제 국가에서는 결국 협력과 연합정치 외에는 다른 탈출구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여소야대 국면에서 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편지내용이나 소비서관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최후의 수단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뻔하다.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거나, 아니면 거국내각을 구성하거나, 선거구제의 개편을 시도하는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갑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

    실제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도 당원이기 때문에 편지로 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이 정치에 올인하는 모습으로 비추는 것이 안타깝다”고 통렬하게 꼬집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지역당’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으로부터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그 변화의 방향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것 역시 국민의 가슴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노 대통령의 판단은 잘못됐다는 말이다.
    같은 날 열리우리당내 중도개혁성향 파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도 당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불개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처음처럼은 “대통령이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 대통령에게 임기말 국정운영에 전념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성명에는 김교흥, 김동철, 김영주, 김재윤, 김현미, 김형주, 노현송, 민병두, 박영선, 안민석, 양승조, 우상호, 우윤근, 윤호중, 이기우, 이상경, 장향숙, 정성호, 제종길, 조정식, 지병문, 최재성, 한병도 의원 등 처음처럼 소속의원 전원과 재선의원인 임종석, 오영식 의원 등 무려 25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물론 노 대통령이 ‘툭’하면 정계개편을 들먹이는 데 대해 한나라당과 야당의 비난은 더욱 거세다. 여·야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혹시 노 대통령이 염원하는 ‘지역구도극복’이라는 과제가 자신의 ‘한풀이’ 때문은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즉 지역구도를 악용하고 고착화시키는 것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 극복해야할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당장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정치를 더욱 혼란하게 만들 뿐이라면 한걸음 늦춰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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