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님, KTV를 시청하라고요?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2-14 19: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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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매달 두 번 씩 ‘종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시청과 구청에서 발간하는 홍보신문이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

    실제 필자가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우편함 수와 한쪽 귀퉁이에 쌓여있는 구청홍보지 수를 체크해 봤더니 그 수가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는 단 한 부도 구청에서 발간하는 홍보지를 가져간 가구가 없다는 뜻이다. 시청에서 발간하는 신문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소한 단지 내 통·반장이라도 수거해 가져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 낭비되는 예산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주민들이 시청이나 구청에서 발간하는 신문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재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 “잘했다”고 하는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점도 주된 요인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박성범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재임당시 이 같은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시정과 구정을 홍보하는 방안으로 지역신문과의 연계를 구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브리핑에 ‘공무원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정부가 운영하는 KTV라 해 내용은 재미없고 정부 홍보에 급급할 것이라 생각할 텐데 그렇지 않다’며 “KTV를 자주 봐 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청장이나 구청 공보담당 직원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구청홍보지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그 신문을 외면하는 것처럼 공무원 역시 KTV를 즐겨 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시청을 권장한 KTV(한국정책방송)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익 유선방송으로 “정부가 다 잘하고 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객관성을 상실한 일방적인 홍보방송이라는 판단 때문에 공무원들조차 외면하는 방송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정부가 많은 정책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정책들은 모두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라면서 “당장은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도 국민들의 이익과 관계없는 것은 없다. 따라서 이런 정보들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아쉬운 것은 이런 중요 정보들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항상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TV를 시청하는데 KTV는 참 잘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도 많고 재미도 있고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자랑했다.

    필자가 최근 모 구청장을 만나 “구청홍보지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럴 리 없다. 주민들이 많이 본다”고 답변한 모습이 연상돼 씁쓸하기 그지없다.

    정말 노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전달하고픈 마음이 있다면, 일방적인 정부홍보매체를 통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보도가 가능한 민간 방송이나, 신문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늘 삼정물산의 최모 사장이라는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사업체를 홍보하기 위해 D일보에 5단 통 광고를 냈는데, 겨우 십여통의 상담전화를 받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K신문에 그 정도 분량의 기사가 나갔을 뿐인 데, 그 열배가 넘는 수백통의 상담전화가 이뤄졌고 계약이 성사된 것도 수두룩하다는 것.

    광고는 자신의 업체를 스스로 홍보하는 것인 반면, 기사는 기자의 객관적 판단에 따른 보도이기 때문에 그만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노 대통령은 KTV를 보라고 공무원들에게 억지로 권하기 보다는 차라리 민간방송과 신문으로부터 자신의 정책을 인정받고, 그로인해 공무원들로부터 인정받는 방법을 선택해 주기 바란다. 사족(蛇足)이지만 이런 면에서 구정이나 시정을 홍보하는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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