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고진화 출사표 의미있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2-19 1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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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등 이른바 한나라당 대선후보 ‘빅3’에 이어 지난 17일 원희룡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오는 21일에는 고진화 의원이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 “잘나가는(?) ‘빅3’가 있는데, 왜 너희들이 끼어드느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고진화 의원은 원·고 의원의 출마에 대해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식으로 말하는 분도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물론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볼 때에는 그런 시각이 맞을 수도 있다. 실제 한나라 당지지율은 40~50%대로 치솟고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은 무려 65%에 달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아직 노(NO)”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가 여론조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40% 대를 돌파할 만큼 단연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전 시장은 MBC, SBS와 KBS 등 방송 3사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모두 선두를 질주했다.

    이 전 시장은 18일 보도된 SBS와 KBS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잠재적 여권주자로 꼽히는 고 건 전 국무총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40.8%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2위권인 박 전 대표(18.4%)와 고 전 총리(17.2%)를 두배 이상 앞질렀다.

    또한 K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36%의 지지율을 보이며 박 전 대표(20.6%), 고 전 총리(16.7%)를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 당선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47.7%로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박 전 대표는 19.9%, 고 전 총리는 12.0%로 이 전 시장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쳤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전날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보도한 코리아리서치의 조사결과에서도 39.0%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19.7%), 고 전 총리(17.9%)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는 아직 범여권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난 반사이득에 불과하다. 범여권 단일후보가 나타날 경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실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보다 앞서는 지지율의 근간이 여권의 주 지지층인 수도권과 호남이다. 즉 이 전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충성도가 약해 그다지 견고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특히 여권이 지난 대선 당시 이인제가 아니라 노무현을 선택한 것처럼 고건이 아닌 제2, 제3의 후보를 선택하고 그를 앞세워 흥행과 바람을 일으킬 경우에 전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어찌해야 하는가.

    서청원 전 대표는 “대선후보가 정권을 잡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당이 정권을 잡아야하고, 당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가 “당이 후보를 치열하게 논증하고, 검증하라”며 사실상 당 차원의 ‘후보인사청문회’를 제안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엔 기존에 앞서가는 주자들이 있고 다들 훌륭하지만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취약한 서민층과 젊은이, 사회 변화를 담아낼 목소리가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진화 의원 역시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빅3(이명박·박근혜·손학규)’로는 2%가 부족하다”며 “내년 대선, ‘빅3’로는 승산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더 좋은 후보가 등장해서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 의원과 고 의원의 출사표는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 이외에 중도개혁 세력의 표를 끌어 올수 있다는 점에서 당은 마땅히 이들의 출마를 격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당내에서 관행화 돼 있는 줄서기로 인해 유력 대권주자들의 눈치 보느라 선뜻 이들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같은 관행이 한나라당에는 독배(毒杯)가 될지도 모른다. 그 독이 든 잔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은 자유롭게 원 의원과 고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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