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중도 보수 VS 중도개혁 싸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6-12-25 17:28:47
    • 카카오톡 보내기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에 이어 당내 개혁세력으로 손꼽히는 고진화 의원도 지난 21일 자신이 주최하는 ‘2007 대한민국 패러다임 쉬프트’ 세미나 자리를 통해 대선출마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의 경쟁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각 언론은 이들의 출마로 개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언론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와 비교할 때 손 전 지사의 확실한 강점이었던 ‘개혁적인 이미지’를 원의원이나 고 의원과 함께 양분해야 하는 상황을 들어 손 지사의 ‘손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우선 손 전 지사는 당내 ‘빅3’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100일 민생대장정 이후 소폭 상승했던 지지율이 두 달 가까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전 지사의 ‘상품성’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양강구도를 깨뜨리는 폭발적인 지지를 단숨에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당내 경선구도를 ‘이-박 양강구도’에서 ‘중도보수-중도개혁 구도’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이-박 중도보수’에 맞설만한 중도개혁 세력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그 전제 조건으로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이 대권출마 의지를 밝히고, 각각 지지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유력 대권주자 ‘눈치보기’에 나선 당내 개혁세력들, 이를테면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나 발전연 소속 의원들로부터 확실하게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과거 미래연대 소속의 원외위원장들을 우군(友軍)으로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만일 원 의원이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나 과거 미래연대에 함께 했던 원외위원장들로부터 확실하게 지지선언을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고 의원 역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발전연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경우에는 상당히 위협적인 주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원희룡 의원이 지난 1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를 반분하는 게 아니라 개혁성향의 지지를 더 끌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고진화 의원 역시 “손 전 지사와 협력적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들은 최후의 순간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들의 힘이 각각 나눠져 있을 경우에는 굳건한 ‘중도보수’의 벽을 무너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손학규 전 지사와 원희룡·고진화 의원이 손을 잡고 ‘중도개혁 단일후보’를 만들어 낼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어느 쪽으로 단일화가 성사되든 간에 ‘이-박’ 양강구도를 위협하는 무서운 제3의 후보로 등장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단순히 손 전 지사와 원 의원 및 고 의원, 이들 개인에 대한 지지세력들을 합산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로 인해 범여권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까지 끌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들 개혁후보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통상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성향을 한나라당에 대한 절대 호감층 30%와 절대 비호감층 30% 그리고 정국풍향과 현안에 따라 움직이는 40%로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즉 40%의 유동성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정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한나라당은 이들 손학규·원희룡·고진화 등 ‘중도개혁’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도록 밀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원·고 의원의 출마를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폄하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