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와 열린우리당의 침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1-23 17: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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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열린우리당의 침몰은 그 과정이 소름 끼칠 정도로 너무나 닮았다.

    1912년 4월15일 새벽 2시18분, 미주 북동부 뉴펀들랜드 400마일 해상에서 7만5000톤급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바로 ‘20세기의 비극’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건이다.

    이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 2228명 가운데 무려 1523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불행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었다.

    본격적인 항공운송의 막이 열리지 않았던 당시, 대서양 운송은 영국의 ‘화이트스타 라인’과 ‘큐나드 라인’ 등 2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큐나드 라인이 먼저 세계 최고속도를 자랑하는 신형 여객선 루지타니아호를 건조하려고 하자, 화이트스타 라인이 이에 뒤질세라 부랴부랴 타이타닉호를 만들게 된다.

    즉 타이타닉호는 대서양 운송의 기선을 뺏기지 않으려는 경쟁심에서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가 영국의 사우스햄프턴을 출발할 때 선주 브루스 이스메이도 동승 하는데, 그는 “최단 시간 내에 뉴욕에 도착해야한다”며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을 몰아붙였다.

    에드워드 선장은 선주의 불합리한 요구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예년에 비해 기온이 현저히 낮다”는 기상보고도, “항로상에 빙산이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는 다른 선박들의 무선연락도 모두 외면하고 배를 최고속도로 몰았다.

    이런 상태에서 타이타닉호가 사고를 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기적 아니겠는가.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흡사 그와 닮았다.

    현재 우리당은 붕괴 일보직전이다.

    임종인 의원이 지난 21일 탈당을 선언할 당시 ‘탈당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열린우리당 당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이계안 의원이 23일 탈당을 선언하고 말았다.
    이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한다’는 이메일 엽서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강령은 옳았지만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염동연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탈당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현역의원으로는 임종인 의원에 이어 역시 두번째로 탈당하는 사례가 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곧바로 천정배, 김태홍 의원 등이 줄줄이 탈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쩌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타이타닉호를 닮았기 때문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잔류 민주당과 경쟁하기 위해 급조된 정당이라는 면에서 타이타닉호의 건조과정과 동일하다.
    그리고 타이타닉호의 승객과 승무원수가 당시로는 최다 기록인 2228명의 대기록을 이룬 것이나,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과반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맘모스 정당’이 됐다는 점에도 서로 비슷하다.

    특히 선주가 심하게 선장을 몰아붙이는데도 불구하고 선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타이타닉호의 모습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그대로 베껴놓은 듯하다.

    선주격인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전개할 때도, 개헌논의에 불을 지필 때에도 선장격인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렇게 처신했다.

    결국 아닌 것은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 침묵을 유지한 대가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을 초래하게 됐다는 말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승객들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하는 찬송가를 함께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침몰하면서 무슨 노래로 그들의 안타까움을 달랠까?

    만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중략>...앞서서 나가리 산자여 따르라”라는 노래를 부르겠다면, 글쎄 누가 따라 부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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