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모임 해체 안한다”… 누가 뭐랬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2-07 2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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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의 대표 남경필 의원이 7일 국회브리핑을 통해 “수요모임은 해체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참 웃기는 일이다.

    아무도 남 의원에게 ‘수요모임을 언제 해체하느냐’고 물은 일이 없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수요모임 해체설’의 진원지도 알고 보면 남 의원이다.

    실제 남 의원은 지난 5일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수요모임은) 현재로서는 더이상 같은 지향점을 가진 정치결사체로서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7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해체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

    그러다가 이날 “11명의 소속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해체보다는 유지를 희망해 모임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해체하지 않는다”고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코믹한가.

    아무도 수요모임의 해체 여부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는데, 남 의원 스스로 “해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가, 이제 와서 “해체하지 않기로 했다”고 번복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한마디로 자기혼자 북치고 장구를 친 셈이다.

    그러면 남 의원은 왜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꼭두각시’ 놀음을 벌였을까?

    우선 남 의원의 이런 고백처럼 수요모임은 ‘실패한 모임’이다.

    남 의원은 이날 “대선국면에서 수요모임이 정치결사체로서 자체후보를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는데 자체후보인 원희룡 의원을 도와주지 못한 점이 실패로 나타났다”고 실토했다.

    굳이 그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수요모임이 ‘실패한 모임’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단순히 ‘튀는 의원’ 혹은 ‘튀고픈 의원’들의 친목모임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정치결사체로서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회원들이 유력 대권주자 캠프에 ‘우르르’ 몰려감으로써 모임의 진정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수요모임은 정치결사체로서 모임 소속 원희룡 의원이 출마를 선언할 당시, 당연히 그를 향해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할 줄 알았으나, 그리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들의 이념과 가장 근접한 ‘빅3’ 가운데 한 사람인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는 일도 없었다.

    그저 ‘대세론’에 이끌려 벌떼 같이 특정 주자의 캠프에 줄서기를 해댔을 뿐이다.

    우선 수요모임 소속 의원인 박형준 의원이 대세론에 의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모 대권주자 캠프의 경선 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 지난 1일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인 ‘2007국민승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뿐만 아니라 진수희, 이성권 의원은 그 캠프의 공보특보단으로 확정됐으며, 주호영 의원은 그 주자의 비서실장으로, 윤석대 수요모임 사무처장은 그 캠프의 조직책으로 내정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반면 손 전 지사측은 정문헌 의원이, 원희룡 의원측은 김명주 의원이 각각 캠프의 경선 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 `2007국민승리위원회’ 위원에 선임됐을 뿐이다.

    오죽하면 권영세 최고위원이 “수요모임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입장을 놓고 볼 때,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는 것이 마땅한 데, 실제로는 유력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소장파들조차 개인적 이해득실을 고려해 줄을 서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탄했겠는가.

    권 최고위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개혁’과 ‘변화’를 외쳐왔던 그들의 행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물론 남 의원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같은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래서 그 점을 반성하는 척 ‘해체론’을 자가발전 시켰다가, 은근 슬쩍 ‘없던 일’로 돌리기 위해 “치열한 논의 끝에 수요모임을 존속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왜 그렇게 ‘꼭두각시’ 놀음을 해 가면서까지 수요모임을 존속키로 결정해야 했을까?

    다분히 ‘뭉쳐야 힘을 쓸 수 있다`는 일부 회원들의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남 의원이 “모임의 성격이나 변화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한 대목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이미 정치결사체로 의미를 상실한 수요모임이지만 ‘친목회’로 남아 정치적 힘을 과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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