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빼고 나도 이명박 표는 남는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3-01 1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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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잇따른 설화(舌禍)는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의도된 발언일까?

    그동안 이 전 시장의 발언들 가운데 구설수에 올라 정치권이나, 네티즌, 종교인 등으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은 사례는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발언들은 모두 특정집단을 배제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도대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한사람의 표라도 더 긁어모아야 할 사람이 왜 특정집단을 배제시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동안 구설수에 올랐던 그의 발언들은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반대급부를 노린 다분히 의도된 막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첫째, 이 전 시장은 ‘민주화세력’을 자신의 지지 세력에서 제외시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달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바른정책연구원 주최 ‘소득4만불 시대를 여는 창의적 문화관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요즘 (자신을)비난하는 사람을 보면 70~80년대에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가 이런 저런 구구한 해명을 했으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의 이수원 공보특보가 이날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이 70~80년대 민주화 세력을 지칭한 것이라면 독재정권에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을 한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고진화 의원도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은 지난 군사독재 암흑기에 저항하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감내한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은 개발독재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힐난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이 전 시장의 발언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언뜻 보면, 이 전시장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민주화세력으로부터 집중공세를 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놓고 반발하는 세력은 극히 지지율이 미미한 사람들뿐이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그의 우수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5%내외를 맴도는 수준에 불과하고, 고 의원의 지지도는 더욱 낮다. 민노당의 지지율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참여정부의 실책으로 민주화세력들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은 소수의 민주화세력을 제외시키는 대신, 그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는 다수를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그는 민주화세력을 ‘빈둥빈둥 놀던 사람’으로 비하시켰으나, 손해 본 것은 하나도 없다.

    둘째, 기독교 장로인 이 전 시장은 ‘불교인’들을 자신의 지지 세력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그는 지난 2004년 5월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2005년 9월과 11월에는 “청계천 복원을 하나님이 해 준 것”이라고 말해 불교인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이 전 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반대급부 현상이 나타났으니, 역시 손해 본 것이 없다.

    셋째,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이 전 시장은 ‘충청권’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부터 아예 빼버린 것 같다.

    실제 이 전 시장은 지난 1월17일 한나라당 충남도당 신년하례식에서도 “충청권의 표에 의해 대권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충청도 표가 이기는 곳만 따라간 것 아니냐”며 충청도를 기회주의 지역으로 격하시키는 인상을 풍기는 발언을 해 충청도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로 인해 충청권 정가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충청인 표는 어차피 이 전 시장의 표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인구가 많은 수도권 표심을 더 끌어 모을 수만 있다면, 그로서는 손해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전 시장은 이 같은 발언을 해놓고 ‘오해’라고 극구 변명하고 있다. 어쩌면 그의 해명처럼 ‘오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왜 이명박 전 시장만 유독 ‘오해’받을 발언을 잇달아 하는 것일까?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같은 실수를 연발 할 리가 없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화세력과 충청권, 불교인 등을 모두 적으로 삼는 대신, 민주화 세력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참여정부에 염증을 느낀 다수를 우군으로 삼을 수 있고, 인구가 많은 수도권 표심과 열성적인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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