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3-04 17: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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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2일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모 언론사의 논설위원이 필자를 찾아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자연스럽게 올 연말에 있을 대선이 화두에 올랐고, 그는 필자에게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필자는 “이번만큼은 정말, 잘 모르겠다.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이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지 않느냐. 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간단하게 “코미디”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필자는 “현재 이 전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거기에는 허수가 많다”며 “고건 전 국무총리의 중도하차로 지지할 곳을 잃어버린 중도성향의 유권자들과 호남 유권자들이 임시거처로 이명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또 “만일 열린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 민주당, 진보진영 시민사회세력 모임인 ‘창조한국 미래구상’ 등 범여권이 통합해 후보가 결정될 경우, 그들은 일시에 이명박 처소를 빠져나와 새 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렇게 해서 이명박 지지에서 이탈할 유권자들은 적어도 20%정도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자 그는 “그 분석에 대해 동의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심지어 그는 “후보 검증이 본격화 될 경우, 다른 표들도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기대주가 아니라는 것.

    이어 그는 “그러면 박근혜 전 대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그의 표는 웬만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성도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중도성향을 끌어 모으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대해서도 일정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그야말로 ‘최상품’이다. 그러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명품일지라도 홍보가 안 되면, 소비자들이 그 상품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홍보가 중요한 것이다. 얼마 전 ‘짝퉁’ 시계가 기가 막힌 홍보로 인해 ‘명품’ 시계로 둔갑한 사례가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공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한 현재의 판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그는 “지금이라도 홍보전략을 수정하면 가능하다는 얘기냐”고 재차 물었다.
    필자는 “현재 지지율이 두 후보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는 “손 전 지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출발은 비슷한 상태”라며 “아직 손 전 지사에게도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즉 손 전지사가 지금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으로 인해 6%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안에서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으로 인해 노무현 후보가 5%도 안 되는 지지율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는 것.
    그래서 아직은 희망을 포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

    물론 필자는 그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어서 커다란 자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즉 손 전지사의 개혁적 성향이 한 때 ‘수구꼴통당’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한나라당 이미지 개선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대선 과정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당내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양자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이미 이들 진영에 줄서기를 한 인사들이 태반이다. 이따금 각 언론을 통해 그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기도 한다. 심지어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주로 양측의 의견만 반영되고, 손 전지사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도 손 전 지사가 끝까지 경선에 동참할까?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입으로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분명하게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들러리를 서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만일 손 전지사가 한나라당 경선에 빠진다면, 이번 경선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 그런 맛없는 찐빵을 유권자들에게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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