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 朴 ‘진흙탕’ 싸움은 ‘이혼 전주곡’?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3-26 19: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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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이 2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정두언 의원에게 이니셜 공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에 들어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끝내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실제 지난 25일 정 의원이 “K, Y, C, L의원과 L 전 의원이 ‘이명박은 결국 한 방이면 날라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닌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을 겨냥하자, 한 의원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의원은 “정 의원이 누가 봐도 이니셜로 처리된 이들이 누군지 다 알 수 있도록 공개했다”며 “특별한 증거도 없이 특정 의원을, 다시 말해 박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의원들을 비방한 것은 예의가 아니며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 거론된 의원들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정 의원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이 전 시장 뿐 아니라 그 어떤 후보도 한방이면 날아갈 수 있는 후보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심지어 박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정의원의 발언은)어떻게든 검증을 피해보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은 한방이면 날라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니는 K, Y, C, L의원 등은 그 ‘한 방’이라는 것을 떳떳하게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면서도 이제 그것을 기다리는 차원을 넘어 굴뚝같이 믿고 있다”며 “이들은 또 김유찬 사건에 대한 PD수첩의 편파보도를 환영하고 있으니 억지도 유분수지, 이 모든 일들은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양측의 갈등은 경선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선룰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마당이다.

    전체 배점의 20% 수준에 달하는 여론조사 수치를 놓고 이 전 시장 측은 “선거인단 수의 20%인 ‘4만 명’으로 못 박자”고 주장한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4만 명’으로 못 박을 경우 유효투표수 대비 반영 비율이 실제로는 20%를 넘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 국민지지도에서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는 양측의 민감한 문제여서 쉽게 해결점이 도출되지 못할 것이란 점. 특히 박 전 대표 측은 “4만 명으로 못 박는 안이 채택될 경우 경선 룰 조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렇게 양측의 갈등이 심각해지자 국민들은 이를 사실상 ‘이혼전주곡’으로 바라보게 됐다.

    실제 조인스닷컴·미디어다음·리서치앤리서치의 최근 공동 여론조사 결과(23일 보도) 국민 절반 가까이는 박근혜-이명박 두 후보의 분열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전체적으로 ‘분열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47.6%로,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 35.5%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이 두 후보의 결별 가능성에 대해 ‘매우 높다’는 응답은 12.7%, ‘어느 정도 가능성있다’는 응답은 34.9%로 나타났다. 반면, ‘전혀 가능성 없다’는 응답은 10.0%, ‘별로 가능성 없다’는 응답은 25.6%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민 두명 중 한 명은 ‘한나라당이 갈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면, 설사 둘이 갈라서지 않더라도 경선에서 패한 사람이 경선 승리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리 만무하다.

    즉 이혼장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으나, 각방을 쓰거나 사실상 별거 중인 부부와 다를 바 없게 됐다는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범여권이 단결해 단일후보를 선출할 경우,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리멸렬해 가던 범여권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으로 원기를 회복해 이제 ‘슬슬’ 몸 풀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저만치 앞서가던 한나라당은 같은 편끼리 다투다가 벌써 지쳐 맥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후보검증은 당연한 것이고, 한번 정한 경선룰은 원칙을 지키면 되는 일이다. 이를 거부하거나 자꾸 뜯어고치려다보면,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부부간의 이혼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혹여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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