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인지 두나라당인지 헷갈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4-01 18: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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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최근 한나라당의 모습은 정말이지 한나라당인지 두나라당인지 너무나 헷갈린다.

    우선 강재섭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인지, 이재오 최고위원이 대표인지 알 수가 없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패배한 이후 인터뷰에서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의 후보단일화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두 후보 중 한명이 당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는 그저 패자가 한 번 객기를 부려보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금껏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두 후보가 갈라 설 경우, 자신이 또 다른 정당의 대표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실제 강재섭 대표가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요 당직자들이 어떤 대선 주자 캠프의 일원으로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며 “본인들이 만약 그런 의사가 있다면 당직을 깨끗하게 사퇴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이재오 최고위원이 ‘펄쩍’ 뛰었다.

    강대표의 발언 과정에서 ‘최고위원’이라는 직위가 거론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당을 ‘박근혜 당’으로 몰고 가려 한다”며 “그런 식이라면 박 전 대표의 지원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강 대표야말로 제일 먼저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것.

    사실 “주요 당직자들이 어떤 대선 주자 캠프의 일원으로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는 강대표의 발언은 전국 16개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들이 강 대표에게 건의한 사항이었다.

    강 대표는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중립’을 거론했을 뿐이다. 만일 이 최고위원의 논리대로라면 전국 16개 시·도당 위원장 전부가 ‘박근혜 당’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이 정말 한나라당을 ‘박근혜 당’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시·도당위원장 정례모임을 제안한 박 진 서울시당위원장이야말로 철저하게 중립을 선언한 사람이다.

    실제 그는 지난 2월14일 “시당 당직자 및 핵심당원(‘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상)이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를 강요하는 행위는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징계하겠다”며 ‘줄세우기’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시·도당위원장들의 제안을 ‘친박’의 음모로 몰아붙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강 대표의 발언은 그간 부적절한 언행을 해 온 이 최고위원에 대한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지적일 뿐이다. 최고위원이 대표의 지극히 당연한 지적에 대해 반발한다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콩가루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행사하는 원심력으로부터 당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이재오 최고위원 등 일부 당직자들은 당 보다는 후보 개인을 위해 뛴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31일에는 이명박 캠프에 소속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간 ‘수요모임’을 비롯, ‘초지일관’ 소속 의원들까지 가세해 “앞으로 당 운영·조직·인선문제 등에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는 문제가 된 이재오 최고위원을 필두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겠는가.

    같은 날 권영세 임태희 맹형규 의원 등이 소속된 ‘당이 중심이되는 모임’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과 당직자들은 경선과 관련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본분이며 도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양비론이 있을 수 없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함께 ‘중립을 지키라’며 같은 매를 맞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어정쩡한 태도로 양비론 형식을 빌려,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해야 ‘중립’을 취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립’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옳은 쪽을 택하고, 그른 쪽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중립일 것이다. 만일 지금처럼 마치 당대표가 둘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한나라당은 정말 두나라당으로 동강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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