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오락가락’ 공천… 정말 왜 그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4-03 18: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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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화났다.

    4.25 재보선과 관련, 당 공천심사위원회나 최고위원회가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무처 노조는 3일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공평무사하게 공천을 심사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경기도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력후보로 강성구 전 국회의원과 최종건 전 KBS PD, 박보환 전 경기도당 사무처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달 26일 느닷없이 이 지역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위해 추가 공모를 결정하면서 공모기간은 27일 단 하루, 그것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받기로 했다. 기존 신청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진행된 한나라당 추가 공모는 수백억대의 재산가로 알려진 고희선 (주)농우바이오 회장이 단독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 냄새가 짙게 풍긴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남경필 경기도당 위원장이 그 뒤에 있었다.

    사무처 노조에 따르면 고희선씨는 처음 10명의 후보자가 공천신청 하였을 때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후에 경기도당 모 당직자의 적극적인 밀어주기 약속을 받고 추가 공모를 한 사람이라는 것.

    특히 최근 실시한 당 공심위의 여론조사 결과 박보환 위원이 고희선씨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화성시 당협위원회 당직자들도 박 위원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경필 도당 위원장이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당 지도부와 당 공심위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배치되게 결정을 한다거나, 화성시 당직자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정치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사무처 노조의 주장이다.

    정말 한나라당이 남경필 도당 위원장 한 사람 때문에 추가공모를 신청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더구나 도당 위원장이 지지한다고 해서 여론조사 결과 경쟁력이 있는 후보마저 배제시킨다면, 한나라당은 더 이상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화성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뿐만이 아니다.

    서울 양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과정은 더욱 기가 막힌다.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경훈 양천을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을 공천키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재엽 전 구청장이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경쟁력 있는 오경훈 위원장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될 것 같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저녁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책임자로서 당무로 복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에 따라 오 위원장의 사퇴서와 함께 공천 신청서를 반려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신청서를 반려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안승일 부구청장이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를 뒤집고 만 것이다.

    물론 추재엽 전 구청장이 지난 23일 선공유예 판결을 받자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한나라당은 급히 추 전 구청장과 안 부구청장 및 김승제 대학학원 이사장, 당료출신의 정상대씨 등을 놓고 여론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추 전 구청장을 이기는 후보는 오경훈 위원장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 위원장을 공천해야 될 것 같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럴 거면 공천신청서를 반려하기 이전부터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공천신청서를 반려했다가 이제 와서 공천을 주겠다고 한다면, 출마하는 사람이 과연 신명나게 선거운동을 할 수나 있겠는가?

    그런데도 최고위원 일부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이견을 보임에 따라 공식적인 발표는 당분간 미루어 질 것이라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원칙도 명분도 대의도 없는 한나라당 공천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너무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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