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지지후보 공개하는 게 어떨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4-16 1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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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여의도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성인남녀 1538명을 대상으로 CTS(전산사진식자시스템)방식을 이용한 자동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5.5%포인트에 불과했다는 것.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5.7%가 이 전 시장을 꼽았고 박 전 대표를 선택한 응답자는 30.2%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이같은 결과는 지난 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보다 격차가 더 크게 줄어든 것이어서 관심을 끌만 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지나치게 여론조사 결과보도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물론 시민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독자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우리도 수시로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18일에는 서울 양천구청장 및 경기 가평·양평군수와 동두천 시장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과연 이같은 여론조사를 꼭 해야만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자칫 대세론에 따른 ‘잘못된 선택’을 강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12일 “현행방식의 여론조사에 여론은 없고 위험만 있다”고 비판했겠는가.

    실천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방송3사를 포함하여 중앙언론들은 위탁 방식을 통해 17대 예비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나, 현행방식의 여론조사엔 여론은 없고 위험만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17대 대선에서의 여론조사는 당내 경선과정에 후보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나 정책·쟁점 등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견해·태도·의향 등을 밝히려는 목적에서 행하는 사회조사의 기본적 사업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라는 것.
    심지어 이들은 여론을 핑계 삼아 상징적 조작을 할 목적으로 특정 후보측에 유리한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마당이다.
    실천본부가 “경마 저널리즘식 지지율 중계에만 몰입하여 무책임한 여론조사 보도를 지속하는 것은 ‘황색 저널리즘’의 구태”라고 비난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일보를 비롯, 각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발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 현상을 분석하고, 후보들의 정책을 일일이 분석하고 장단점을 따지는 일이 귀찮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유형의 보도가 자칫 선거법 위반이라는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게 제약적인 상황에서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뭐겠는가. 고작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정도로 그치고 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 선거관련 보도에 있어서 현행선거법은 지나치게 제약이 많다. 이미 각 언론사가 특정 대권주자에게 줄 서 있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인데도 철저하게 ‘중립’이라는 가면을 쓰고,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현행법이다.

    그러나 언론도 미국처럼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일정정도 감안하고 기사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중립’도 아니면서 ‘중립’으로 위장하고, 특정주자에게 유리한 기사를 마구잡이로 써 대니까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조·중·동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정치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권자들만 모르고 있다. 이건 말이 안된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운명 좌우하게 될 것인데, 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대서야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이런 면에서 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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