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노명박’이었구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5-14 15: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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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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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가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로 상당한 교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열리우리당 탈당을 예언하는 등 상당히 정확한 분석을 해온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이 같은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실제 장 대표는 이날 ‘장기표 시사논평’(www.weldom.or.kr)에 올린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신당 창당에 반대하면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돕고 있는 이유를 “노대통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이에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시장의 행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았다. 세간에 ‘노무현+이명박=노명박’이라는 소리가 파다하게 퍼진 것도 이 같은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사실 노 대통령의 최근 말투는 대선 후보 시절 못지않게 격정적이고 거칠다. 참여정부 초기 젊은 검사들과 대화에서 “막가자는 거지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던 분위기 이상으로 험악한 것 같다.

    실제 노 대통령의 공격은 지난해 12월 “고건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대상을 구체화한 이래 거침이 없다.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비판을 받은 뒤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고 전 총리의 저격수 역할을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저격수 역할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범여권 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부상하자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노골적으로 그를 배제하는 발언을 했다.

    결국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역시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말 한마디에 ‘피지도 못한 꽃’이 돼 버리고 말았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여권이 한나라당 일변도의 대선 지형 변화를 기대하며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반색했음에도 노 대통령은 “보따리 장수 같은 정치”라고 그를 비난한 것이다.

    반면, 노대통령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비난하는 일이 거의 없다. 후보검증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이 선거법위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증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일이 세상에 알려졌는데도 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이 전 시장 역시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이명박이 노대통령에 대해서는 상식적 수준의 비난마저 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 후 “노와 이 씨 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노대통령과 이 전 시장이 이처럼 서로 교감하는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의 퇴임 후의 신변안전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러다 구속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이 정권을 잡으면 노 대통령이 구속당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심전심으로 서로 돕고 있다는 게 장대표의 분석이다.

    굳이 장대표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의 대선불법자금 문제를 파헤치고, 그를 구속시키려면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법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사실이 알려지는 등 이미 도덕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 문제를 가지고 노 대통령을 구속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계속해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향해 총알을 날리면서도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어쩌면 이 같은 판단이 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범법 행위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자가 대통령이 되고, 또 전직 대통령의 범법행위를 눈감아주고 하는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우리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도 누가 ‘노무현의 입’에 걸려들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만큼은 ‘노무현의 입’으로부터 예외라는 사실이다.

    왜? ‘노명박’이니까….

    이런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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