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공천 살생부’ 누가 만들었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04 16: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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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을 향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 의원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를 찾아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의원과 곽성문 의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이같이 최후 통첩성 발언을 했다.

    즉 이명박 전시장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국회의원 총선 때 공천을 안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살생부’나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석에서 이 전 시장과 친인척의 재산 문제와 관련해 소문이 떠돌고 있어 이를 검증해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라며 “당지도부와 윤리위는 동료 의원을 공개 협박하는 정 의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경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홍준표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 선관위와 윤리위가 공천 배제 협박 발언을 철저히 조사해 징계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본질을 호도하고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이 같은 반박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정 의원이 그토록 당당하게 ‘살생부’를 꺼내 들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을 뿐이다.

    만에 하나, 정 의원의 희망처럼 정책 토론회 한방에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올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도, 대통령이 공당의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만 되면, 그가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이 재임할 당시 정무부시장으로 그를 보필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시정운영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 당시 자신이 만든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1기 시민위원회 가운데 무려 26명이 집단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즉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의견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게 이 전 시장의 시정운영 스타일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어찌될까?

    어쩌면 공천을 못 받는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물론 중립을 지켰던 사람들까지 모두가 당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 정 의원이 감히 살생부를 운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이 전시장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필자가 ‘이명박=히틀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전 시장과 정두언 의원 사이에 어떤 은밀한 약속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이명박 전 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주면, 당선 이후 정 의원을 당 대표로 밀어주겠다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특히 공천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이명박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으로 마땅히 징계감이다.

    더구나 이 살생부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 배후를 밝혀내는 일도 필요하다.

    정 의원 개인적인 견해인지, 아니면 이명박 전 시장이 관여한 것인지의 여부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는 정두언의 의원의 공천발언에 대해 즉각 조사에 나서는 한편, 책임을 물을만한 배경이 나타날 경우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은 어디까지나 강재섭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에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공천살생부’는 누가 만들었을까?

    정두언 의원이 혼자 만들었을까? 과연 그는 이명박 전 시장으로부터 차기 당대표 언질을 받았을까?

    그렇다면 이재오 최고위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명박 캠프를 들여다보면,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정말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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