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엉터리’ 해명… 종이신문, 왜 침묵하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07 16: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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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로 나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7일 언론인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말 이상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오전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캠프인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재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BBK사건의 의문점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체 응하지 않았다. 대신 박근혜 캠프의 공세를 비판하는 데 회견의 초점이 맞춰졌을 뿐이다.

    실제 이 후보는 이날 MBC·SBS·YTN 등 방송3사의 질문에 답변했지만, BBK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전 시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차명으로 단 한평의 땅도 가진 적이 없고, 단 한 주의 BBK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런 상태에서 박형준 대변인이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변인단이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내고 말았다.

    과거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이 의정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 흡사한 형식이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최 의원을 향해 ‘어이없는 기자회견’이라며 질타를 보냈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이 전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종이신문들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사실 언론, 그 중에서도 몇몇 특정 종이신문들의 이상한 침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전 시장이 ‘금융사기’ 회사 BBK의 경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은 그가 각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 사실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전 시장은 지난 2000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중앙일보>와 <월간중앙>,<일요신문>등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초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해 펀드를 묻었다”는 말을 일관되게 해왔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0년 10월6일자 <중앙일보>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은 “올초 LK이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 이뱅크증권은 이 두 회사를 이용해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0월14일자 <중앙일보>는 ‘이 전 시장이 LK이뱅크와 BBK의 대주주이며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역시 같은해 11월8일자 <일요신문>인터뷰에서는 자신이 BBK를 세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 측은 이 모든 언론의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 없이 단지 “오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만일 당시 <시민일보>에 이 같은 기사나 인터뷰가 나갔는데, 이 전 시장 측이 ‘오보’라고 주장했다면, 필자는 당장 그들에게 “무엇이 오보인지 구체적인 증거를 대라”며 항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들은 ‘오보를 내는 언론’이라는 낙인이 찍혔는데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의 언론을 ‘오보’나 내는 찌라시 취급을 한다는 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다.

    어떤 면에서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려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까지 항의방문 했던 언론인들이 이명박 전 시장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

    실제 이 전 시장의 어이없는 기자회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언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오보’나 내는 언론이라는 낙인이 찍힌 언론사 가운데, 과연 어느 언론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설까? 아마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특정 언론과 이명박 전 시장 간에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엉터리 표본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명박 띄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언론사들이고 보면, 안 봐도 뻔한 일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한 네티즌이 “인터넷만도 못한 종이신문들”이라며 “차라리 문을 닫아라”하고 질책했겠는가.
    같은 종이신문의 편집국장인 필자도 이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데, 정작 당사자인 그들은 얼마나 부끄러울까?

    혹시, 얼굴에 철판을 깔아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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