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7주년 회고

    기고 / 시민일보 / 2007-06-12 15: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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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ILINK:1} 어느 덧 6.15 7주년을 맞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은 새로운 남북관계의 극적 계기였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한마디로 축약하면 ‘발전을 위한 진통’을 겪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전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발전과 진통을 겪는 남북관계는 당장 2.13 합의 이후 최근의 기간을 반추해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9차 장관급회담이 결렬되면서 중단된 남북관계는 금년 초 2.13 합의로 북핵문제가 가닥이 잡히면서 다시 복원됐다. 2월말 20차 장관급 회담이 재개됨으로써 남북관계는 정상화되었고 이후 합의된 일정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2.13 합의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동안 순항하던 남북관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1차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은 2.13 합의 이행과 대북 쌀 지원을 연계하면서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고 북측은 민족중시의 입장에 따라 쌀 지원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결국 21차 장관급회담은 뚜렷한 성과 없이 종결되었고 남북관계는 일정한 갈등의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남북관계가 진전 속 답보 상태를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북 간 정치적 신뢰가 아직은 확고하게 제도화된 단계로 정착되지 못했던 데서 기인한다. 그동안 당국 간 회담이 중단된 표면적 이유를 보면 대부분 남북 간 신뢰부족에서 비롯된 몇 가지 실수들이 확대된 측면이 강하다.

    2004년 7월 탈북자 대거 입국 사태와 조문단 방북 거부 등을 이유로 북이 장관급 회담을 무산 시킨 것도,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측이 약속한 쌀 지원을 거절함으로써 남북대화가 중단된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여전히 한반도 국제질서가 과거의 힘과 새로운 힘이 맞부딪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남북화해라는 탈냉전의 힘이 강화되기도 했지만 아직 한반도는 북미간 적대관계라는 냉전적 구조가 온존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2차 핵 위기와 같은 첨예한 북미갈등이 진행되면 당연히 남북관계는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의 진행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기복을 보였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6.15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핵문제가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이 오히려 핵문제 해결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도 있음도 분명하다.

    수년 동안 진행된 남북관계의 진전은 이제 한 번 더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고 있고 당국 간 대화도 유지되고 있지만 요즘의 남북관계는 생동감 있는 발전의 느낌보다는 관성으로 지속되는 현상유지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남북관계의 의제 역시 새로운 진전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존의 3대 경협 추진과 민간차원의 교류 확대만으로 남북관계를 힘 있게 끌고 가기엔 이제 힘이 벅차다. 남과 북 사이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아젠다가 이미 제출돼 있지만 아직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양측 간에 탄탄한 정치적 신뢰가 쌓이지 않는 한 관계의 역행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지금 시기 남북의 정치적 신뢰구축과 정치적 화해협력 없이 남북관계의 진전과 발전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6.15 공동선언 이후 민족화해 2기를 맞이한다는 입장에서 남북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새로운 대화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기존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정도의 아젠다에 머물지 말고 정치적 신뢰와 화해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보다 높은 수준의 의제를 제공하고 남북 모두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의 동력을 재창출해야 할 것이다.

    민족화해의 기류가 비가역적인 대세로 자리잡으면 한반도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객관구조를 갖게 된다. 상호 봉쇄된 분단상황으로 인해 남과 북이 각각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할 수 없었던 지정학적 입지가 태평양과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와 비즈니스의 허브로 각광받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가 주변에 대한 피동적 객체로서 대륙과 해양 양대 세력으로부터 침탈과 압박을 감수해야 했다면 이제 남과 북의 화해로 마련된 한반도 주도권의 강화는 주변을 이끄는 능동적 주체로서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고 소통시키는 반도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할 것이다.

    6.25가 상징하는 분단과 적대의 역사가 6.15를 통해 화해와 통일의 방향으로 물꼬를 트는 데도 반세기가 필요했다. 지금 우리가 보다 확산된 6.15의 힘을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역사적 방향이고 오랫동안의 지속과 축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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