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다고?… 소가 웃는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13 16: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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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3일 오전 경남 사천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사천시 당원교육에 참석해 “내가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고 나를 죽이려고 세상이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면서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계속되는 검증공세에 대한 반발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어려운 서민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그의 말대로 정말 세상이 미친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향해 “미쳤다”고 말하는 그가 미친 것일까?

    그리고 그는 과연 “서민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먼저 세상이 미쳤는지, 그가 미쳤는지는 필자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민심이 점차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대전일보가 최근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회원사와 공동으로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전·충남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앞섰다.

    박 전 대표는 33.8%를 기록해 이 전 시장(25.5%) 보다 무려 8.3% 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이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이 전시장이 19.4% 포인트나 앞섰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민심의 변화인 셈이다.

    실제 지난 2월13일 대전일보와 KBS 대전방송총국, 한국지방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충청지역 정치현안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시장은 43.2%, 박 전 대표는 25.9%였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전 시장은 “세상이 미쳤다”고 말할 게 아니라, 왜 이 같은 민심이반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왜 민심이 떠나고 있는가?

    홍준표 의원은 13일 경선출마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충고했다.

    “BBK사건 같은 경우 이명박 후보 측의 대응은 97년 2002년도 이회창식 대응이다. 솔직하지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다. 솔직하게 ‘천하의 이명박도 사기당할 때 있었다’고 말하라.”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솔직하게 잘못한 점이 있다면 시인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게 백번 낫다. 지금처럼 “세상이 미쳤다”고 말하는 것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식의 대응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특히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의혹제기에 대해 ‘정치적 공세’라고 반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에 합당한 반증을 제시하면서 상대의 공세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민심이반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측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또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왜?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검은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이런 의혹을 품고 있는 이상, 그에게서부터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서민들을 내쫓아 은평뉴타운을 만든 이명박 전 시장은 “서민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이 전 시장의 주요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은평뉴타운의 실상이 어떠한가.

    1997년 조합 설립인가 당시 이 지역에 한 필지라도 집터를 가지고 실제 살고 있던 원주민 798가구 중 실제 입주한 가구는 10%를 약간 넘는 82가구뿐이었다. 하나둘 조합원 지분을 팔고 떠나갔다. 몇 평 안되는 땅 지분으로는 아파트 분양금을 감당하지 못해 떠난 이들이 태반이다.

    가난한 서민들을 몰아내고 거기에 소수 부유층을 위한 ‘고품격아파트’를 만든 것이 바로 이명박 전 시장이다.
    더구나 그는 “돈 없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가난한 정치인들을 우롱했던 당사자가 아닌가?

    그런 그가 서민들을 잘살게 하려고 경선에 출마했다고 말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차라리 “과거에는 부자들만 잘 살게 하는 일을 했었는데, 이제 반성하고 가난한 서민들에게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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