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에게 告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17 14: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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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엊그제 어느 이름 모를 독자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그저 ‘독자’라면서 대뜸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돼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중간 중간에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데 걱정”이라는 점을 수차에 걸쳐 강조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는 한나라당 관계자이거나 적어도 한나라당 당원이나 대의원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발언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다.

    지금 얼치기 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하는데, 다섯 분의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한 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니, ‘부패당’이니 하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천막당사’로 옮긴 일이 있다.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실제 오늘날 한나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게 된 것은 ‘천막당사’ 정신에 민심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위장전입당’이나 ‘투기당’이니, ‘땅떼기당’이니 하는 과거보다 더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쓰게 생겼다.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깨끗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해도,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더러운 오물이 묻은 후보가 깨끗한 후보의 이미지마저 더럽히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런 오명을 한나라당에 뒤집어씌우는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

    그 독자는 필자에게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말미에 “당을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한다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후보직사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후보의 사퇴를 권하는 글을 써달라는 무언의 요청인 것 같았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실제 아이디 ‘장팔현’은 “이명박이 죽어야 한나라당 산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천막당사’는 “이명박의 검증은 끝났다”, ‘불력’은 “막말과 고발에 미친 이명박 규탄”, ‘이박사’는 “서민이 절대 될 수 없는 이명박”, ‘추로’는 “이명박의 위장전입 사과, 진실과 거짓은?”이라는 글을 통해 그의 사퇴를 직·간접으로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당의 중진들 대부분이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우선 최병렬 전 대표는 17일 `지난번 이회창 후보의 두 번 실패한 결과를 본 우리 당원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겠지만 다음 대통령 후보는 흠이 없고 저쪽의 공격을 받아도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면서 `박근혜 후보는 흠이 없고 안전한 후보’라고 지지선언 했다.

    앞서 서청원 고문과 홍사덕 전 원내총무도 박 전 대표를 선택했으며, 김덕룡 의원도 사실상 마음이 기운 상태다. 뿐만 아니라 송영선, 김영숙 의원 등은 그에게 줄을 섰다가 박 전 대표 진영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마디로 네티즌과 당심이 모두 흠이 많은 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상태에서 필자가 그의 후보사퇴를 권유한다고해서 그가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반성은커녕, `청와대 특별대책팀이 배후조정’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지지율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청와대와의 맞불’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등을 돌리기 시작한 민심이다.

    타락하고 부도덕한 인물을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는 없다는 의식이 국민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이상, ‘청와대와의 대립’이라는 술수가 먹혀들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시민일보 한 독자의 간곡한 요청처럼 그가 이쯤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어떨까?
    물론 일부에서는 경선 흥행을 위해 이 전 시장이 경선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정말 그가 경선을 완주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중도사퇴 하는 게 좋은지는 필자도 판단내리기 어렵다.

    다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가 중도 사퇴하는 게 당과 나라를 위해 옳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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