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러분께 눈물로 호소합니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19 10:37:34
    • 카카오톡 보내기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필자는 죄인입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인제 대세론’과 ‘이회창 대세론’이 전국을 강타할 때, 필자는 지지율이 채 5%도 안 되는 노무현 민주당 경선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사실 필자가 노 후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는 고작 그가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했었던 사람이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지지했습니다. 최소한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없앨 수 있는 적격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필자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국민 갈등을 부채질하는 대통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지난 5년간 지역갈등보다 더 무서운 이념 전쟁을 혹독하게 치러야 했습니다. 경제가 파탄 나고, 서민들의 삶은 그만큼 피곤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필자는 현재 각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후보를 바로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후보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이 문제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 19일 발표된 SBS 긴급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 하락이 커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습니다. 검증공방 여파로 이 전 시장 지지율은 지난달 말보다 7.9% 포인트 빠진 반면 박 전 대표 지지율은 1.8% 포인트 빠지는데 그쳐 격차가 8.7% 포인트로 좁혀진 것입니다.

    이 전 시장은 비록 수도권 지역과 호남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앞섰지만, 충청을 비롯해 경남북과 강원, 제주에선 모두 박 전 대표에게 추월당하고 말았습니다.

    수도권 지역은 전통적으로 절반이 범여권 표밭이고, 특히 호남은 전체가 범여권 표밭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사실상 이 전 시장이 패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필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형식은 여전히 이 전 시장이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검증 공방에서 나온 설명 가운데 ‘어느 쪽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이 전 시장 쪽이란 답이 14.8%, 박 전 대표 쪽이 18.8%였고, 절반 이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문제 있다’는 답은 이 전 시장이 30%, 박 전 대표가 17.6%였습니다.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잘모르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은 후보 검증 공방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특정 후보 진영은 거짓말이 통할 수 있다고 보고, 말도 안 되는 해명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또 특정 언론들은 ‘양비론’을 전개한답시고, 박-이 두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저울질하기도 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민 여러분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정말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시민단체의 자칭 회장이라는 사람이 특정후보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 대단한 사건이나 되는 양 대서특필하고, ‘무당왕’인지 ‘목사’인지 스스로도 헷갈려하는 사람이 그것도 가명으로 기자회견한 것에 대해 진위확인조차 하지 않고 확대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질책해야 합니다.

    국민여러분이 후보검증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답변 하나하나에 잘잘못을 따질 수 있어야 합니다. 5년 전에 필자가 지은 죄를 여러분이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정말 지도자다운 덕망과 품성을 갖춘 분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두 눈 부릅뜨고 후보검증 과정을 살펴봐 주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여러분 앞에 환하게 보일 것입니다. 바로 그 분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 검증 과정을 외면한다면, 여러분은 ‘절망’을 선택했던 5년 전의 필자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그 때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