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의 뜻을 아는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6-26 15: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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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賊(도둑 적)反(되돌릴 반)荷(멜 하)杖(몽둥이 장).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즉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지난 25일 박근혜 선대위 이혜훈 대변인을 향해 “인민재판을 하려고 완장을 찬 채 눈이 시뻘게져 돌아다니는 홍위병이 된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서울시의회내 친이명박 조직인 ‘뉴태평포럼’(대표 이윤영)은 이 날 성명을 통해 “완장 찬 이혜훈 의원은 공개 사과하라”고 이 의원을 맹비난했다.

    그렇다면 과연 뉴태평포럼은 이혜훈 의원을 향해 매를 들 자격이 있는가?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뉴태평포럼은 지난 20일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64명이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원은 모두 105명이며, 이중 101명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64명이라면 대단한 숫자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 등은 “이들 시의원들은 이날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의회 별관 2층 대회의실에서 ‘청년 실업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가진 후,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경선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시민일보>는 그 명단 가운데서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시의원들의 이름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의문을 갖고 취재한 결과, 예상했던 대로 그 지지자 명단이라는 것이 엉터리였다.

    명단에 올라있는 시의원들 가운데는 “극소수 시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름이 도용됐다”, “참석자들을 몰아세우는 분위기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참석자 이름을 활용했다”, “모임 장소에 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등등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시민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22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고, 같은 날 이혜훈 의원은 이 기사를 들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낭독한 후 “만약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특정 캠프의 도덕성에 굉장히 중대한 사안으로, 캠프가 잘못 있는 분들에 대해 일정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협의회’(대표 김규환)는 이날 숙의 끝에 이 후보 지지서명을 주도한 시의원들에게 공개사과와 함께 언론사에는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이전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이명박 지지선언을 백지화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도둑을 향해 “도둑이야!”하고 외친 사람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도적질을 하다가 “너 때문에 못하게 됐다”며, 경찰을 향해 “왜 완장차고 호루라기를 불어대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잘못된 것인가?

    이명박 측은 “지난 22일 이혜훈 의원실이 이명박 대통령 예비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서울시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 선언 참여여부를 체크했다”며 “지방의원의 지지 선언 여부까지 조사한 것은 지지 선언 참여 의원들에 대한 명백한 인격모독이며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어이없다.

    이 의원은 <시민일보>의 보도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다. 보도사실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이 의원의 태도는 오히려 칭찬받을만한 일 아니겠는가.

    며칠 전에는 이 같은 사실을 최초 보도한 <시민일보>를 ‘친박(親朴)신문’이라고 몰아세우더니, 이제는 이 의원까지 ‘완장 찬 홍위병’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야말로 언어도단이자, 적반하장 아니겠는가.

    위장전입 의혹, 땅투기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그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네거티브’라고 몰아세우는 수법이나, 서울시의원들의 수법이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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