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의 ‘중립지대’가 수상하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7-10 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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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최근 당중심모임에 속한 모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의원님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아마 국장님이 ‘한나라당내 양심세력은 죽었느냐’며 호통을 치신 글에 자극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의원님뿐만 아니라 당중심모임 다른 의원들도 상당수가 국장님이 지적하신 내용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분들은 조만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선언할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대로 필자는 최근 <이 날을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각 언론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비리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데도, 소위 당내 중립세력이라는 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과거 같으면 한나라당에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차떼기 당’이니 ‘수구꼴통 당’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으나, 그래도 일부 정의감이 넘치는 당내 인사들이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세론 후보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필자가 당 중심모임을 향해 “당내 양심세력은 모두 죽었느냐”고 호통을 쳤던 것이다. 이들은 그나마 당내에 남아 있는 마지막 양심세력이다. 따라서 이들이 흠집이 없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한나라당 경기도당이 <경기도 ‘중립지대’ 원내외 위원장들 뭉친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발송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경기도중립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 검증청문회,합동유세 등 경선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일체의 줄서기나 눈치보기를 배격하고 엄정중립을 지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경선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당의 화합과 결속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단순히 이들의 보도자료만 보자면, 이들 모임은 현재 당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당중심모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중심모임과 ‘중립지대모임’은 그 구성원과 목적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선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후보에게 “수요모임과 M&A를 하자”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중립지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중심모임이 대부분 엄정중립을 유지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것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모임이다.

    그리고 목적도 다르다. 물론 겉으로는 두 개의 모임 모두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쪽은 그래도 ‘순수’한 반면, 다른 한 쪽은 ‘꼼수’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중립지대’를 주도한 남경필 의원이 친이명박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소한 정치부 기자들 정도만 되도 다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 그가 이처럼 느닷없이 믿거나 말거나 식의 ‘중립지대’라는 모임을 만든 까닭이 무엇일까?

    이쯤 되면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그 이유를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꼼수를 부리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즉 중심모임 인사들이 조만간 “우리는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실상 특정 주자를 지지선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김빼기’ 전략의 일환으로 ‘중립지대’라는 모임을 급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 중심모임이 박 후보를 지지할 경우, 남 의원은 곧바로 중립지대는 이름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도모할 것이다.

    만일 그의 의도대로 이뤄진다면, 조.중.동은 필경 “한나라당 중립진영 둘로 나누어졌다”는 식으로 보도할 것이고, 그로인해 중심모임의 충정은 그만큼 퇴색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꼼수’가 통할까?

    천만에 말씀이다.

    중립지대 소속원들 가운데서도 당을 위한 충정이 깊은 사람들이 몇 명 포함돼 있다. 그들은 결코 남 의원의 의도대로 ‘호락호락’하게 움직여 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해도, 당을 위한 대의명분 앞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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