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해명은 “기적 아니면 우연”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7-19 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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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19일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검증청문회는 마치 박근혜와 이명박 이라는 두 배우를 앉혀놓고 코미디를 연출하는 것 같았다.

    우선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은 시종일관 ‘~카더라’식의 질문으로 진행됐다.

    그것도 대부분 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아니라 고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의혹들이었다.

    한마디로 박 후보 청문회인지, 이미 13년 전에 고인이 된 최태민 목사에 대한 청문회인지 헷갈릴 정도다.

    실제 이날 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라고는 고작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당시에 고액급여를 받았다는 점과 육영재단 운영을 둘러싸고 박 후보의 동생인 박근령씨와 갈등이 있었느냐는 정도다.

    청문위원들이 박 후보를 봐주려고 또 다른 의혹이 있는데도 거론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박 후보가 너무나 깨끗해서 아예 거론할 의혹조차 없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청문 역시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박 후보 청문회에서는 청문위원들이 말도 안 되는 질문으로 국민들을 웃긴 반면, 이 후보에 대한 청문회는 이 후보 자신이 희곡배우가 돼 국민들을 웃겨주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실제 이 후보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기적이다”, “우연이다”, “설명할 수가 없는 심정”이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먼저 병역 의혹에 대해 이 후보는 “기관지 확장증과 폐결핵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즉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으로 인해 군에 가지 못했지만, 기적적으로 치유됐다는 것이다.

    사실 이 후보 측의 이런 식 답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뉴타운으로 지정한 땅에는 자신이 소유했다가 조카에게 넘어간 땅을 비롯해 일가의 땅이 있었다. 또 이 후보는 자기 건물 두 채가 있는 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모두 우연의 일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연의 일치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형과 처남이 소유한 회사의 자회사가 여러 필지의 땅을 사자마자 바로 옆이 뉴타운으로 지정됐고, 이어 여러 필지를 묶어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고, 이어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게 모두 우연의 일치라는 것.

    이 후보 측의 말대로라면, 그는 ‘기적’과 ‘우연’을 몰고 다니는 신(神)과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래도 청문위원들이 거듭 의혹을 제기하면 `이러이러한 이유로 저와 관계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딱하고 안타깝다`며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은 ‘기적’,‘우연’,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심정’이라는 답변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한 토막의 희곡과 같은 청문회를 시청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웃음이 아니라 아픔이다.

    아마 상당수의 국민들도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왜 이 후보는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하게 해명을 해 주지 않는 것일까?

    정말 그의 말처럼 기적과 우연이 그를 돕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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