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에는 미꾸라지가 없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7-23 1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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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최근 범죄 전력을 지닌 인사들이 하나둘 박근혜 후보의 곁을 떠나는 반면, 이명박 후보 진영에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자진해 찾아들고 있다.

    이에 따라 박캠프 진영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지나치게 깨끗한 이미지가 그런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시키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가 너무 맑아 미꾸라지들이 모여들지 않는다”며 “선거를 하자면 미꾸라지들이 모여들 정도로 적당히 흙탕물도 섞여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캠프는 모여드는 미꾸라지들로 인해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김덕룡 의원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선언 하는 23일, 이캠프 진영 일각에서는 ‘범죄3인방’의 이 후보 지지를 마냥 달가워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범죄3인방’이란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연희 의원과, 남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전여옥 의원, 지난5.31 지방선거 당시 부인이 공천헌금을 수수함에 따라 검찰에 고발당한 김덕룡 의원을 일컫는 것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후보에게서 “도와 달라”는 러브콜을 받은 최 의원은 최근 재판부로부터 선고유예라는 면죄부까지 받아 날개를 단 상태다. 전 의원은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일본은 없다’라는 책에 대해 ‘타인의 취재내용을 무단 사용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상대당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도 유죄로 인정됐다. 도덕적 책임을 면치 못할 대목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명박 후보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

    김덕룡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 불거진 공천헌금 수수 파문 이면에 이명박 후보의 오른팔(?)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이 당내에 파다했으나, 이명박 지지선언으로 그것이 낭설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이들 ‘범죄 3인방’의 이명박 후보지지는 오히려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지나치게 깨끗한 물에는 미꾸라지가 살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게 박 후보 진영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미꾸라지들이 꼬이도록 스스로를 조금쯤 더럽혀야 하는지, 아니면 국민들이 알아줄 그날까지 이대로 맑은 물을 유지해야 하는지...

    그러나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국민들이 박 후보를 인정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22일 MBC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한나라당 검증청문회 다음날인 지난 2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후보가 이 후보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손학규 후보와의 1대 1 가상대결 결과, 이명박 후보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처음으로 박근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나마 이 후보를 앞질렀다.

    지난 6월30일 조사때 이명박 대 손학규는 62.6% 대 26.0%였으나 이번에는 54.2% 대 29.7%로 크게 좁혀졌다.

    반면에 6월30일때 박근혜 대 손학규는 55.4% 대 34.0%였으나, 이번에는 55.7% 대 31.3%로 조사됐다.

    ‘누가 대통령감으로 가장 낫냐’는 질문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20일새 지지율이 5.5%포인트 빠져 올 들어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박 후보는 지난번 조사때보다 0.8%포인트가 올랐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낫냐는 질문에서는 이명박 41.4%, 박근혜 36.5%로 격차가 4.9%포인트로 오차범위내로 좁혀졌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런 상태라면 굳이 박 후보에게 흙탕물에 뛰어들라고 조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박 캠프에는 미꾸라지 대신에 일급수에만 산다는 쏘가리만 모이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흙탕물보다, 훤하게 그 속이 들여다보이는 명경지수가 얼마나 보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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