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후보의 이유 있는 항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7-26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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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귀를 막고 있다.

    물론 필자는 그 이유를 잘 안다.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강 대표는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올해 대선 경선 와중에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재.보선 패배 후, 이재오.전여옥 최고위원 등 이명박 진영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대표직을 지킨 것은 바로 당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필자에게 “이번 대선 경선 와중에 당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 대표직을 지켰다”고 말한 바 있다. 필자는 그의 진심을 믿는다.

    만일 그 때 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했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그가 대표직을 고수한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어쩌면 강 대표는 자신의 최고역할을 ‘정권창출’이 아니라, ‘분당방지’에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탈당’ 가능성을 내뱉으면서, 은근히 으름장을 놓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그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가 경선룰 문제로 싸움을 벌일 때, 이명박 진영이 요구하는 조건의 일부를 수용한 일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유세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몰고 가자 거기에 동조하는 모습을 취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강 대표에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심판역할을 해야 할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후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당 검증청문회 직후 고진화 의원이 경선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원희룡 의원도 경선불참을 시사하며 당지도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원 의원은 26일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를 갖고 이틀 전 광주 합동연설회 중단 사태에 대해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유세를 축소하는 쪽으로 자꾸 방향을 몰고 가는데 그에 대해 (당지도부가) 지나치게 의식하고 했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의) 의심을 받는 것”이라며 “만약에 유세 사태에 대해 다른, 예를 들어 우리 홍준표 후보가 이의 제기 했다고 유세를 중단시켰겠느냐”고 일갈했다.

    텔레비전 합동토론회와 관련해서도 원 의원은 이명박 후보를 성토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현재 이 후보측은 8월 9일부터 네 차례 예정된 TV합동토론회의 횟수를 1차례로 조정해 줄 것과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을 당 선관위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당이 이명박 후보에게 어정쩡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원 의원은 “이 후보가 검증자료 제출도 안하고 심지어는 합동 유세까지 안하겠다는 건 지금 여론 조사 지지율 나온 거 가지고 그대로 대세론에 의해서 굳히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더 이상 알 필요 없다는 얘기냐”고 질타했다.

    특히 원 의원은 “이 후보가 합동유세 일정 때문에 토론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토론의 기피”라며 그런 입장이라면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당내에서 토론도 겁내는 후보가 어떻게 본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나. 본선에 나가면 더 치열한 토론과 더 엄격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도 양보하면 안된다”고 당지도부를 압박했다.

    심지어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하자는 대로 (지도부가) 다 해준 게 아니냐”면서 “결과적으로 이명박 당 아니냐. 이렇게 하려면 뭐하려고 경선을 하는가. 이명박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기탁금을 돌려주고 이 후보 혼자 남기고 다 사퇴해 버리는 게 낫다”고 힐난했다.

    이명박 한 사람의 분당 압력을 막아내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해서 당 지도부가 무리수를 둘 경우, 더 아까운 재원들이 당을 떠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당이 깨는 것을 막기 위해 검증절차를 생략한 상태로 아무나 후보로 뽑아 내보내면, 본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당 대표로서 할 역할을 당이 깨지는 것을 막는 쪽이 아니라, 정권창출을 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제라도 원희룡 의원의 이유 있는 항변에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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