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과 ‘대세론’, 어느 쪽이 더 강할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8-01 12: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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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이인제 대세론’을 허무하게 무너뜨린 것은 이른바 ‘노풍(盧風, 노무현 바람)이었다.

    필자가 당시 이인제 후보 캠프를 방문했을 때, 그의 캠프는 몰려드는 인파로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분명히 약속을 하고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를 만나기 위해 10분가량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흡사 권력을 쫓는 불나비들이 몰려드는 것에 도취된 것처럼 보였다.

    이는 부인의 공천헌금수수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사나, 남의 글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도둑질하고, 또 그것을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 뻔뻔한 인사들이 이명박 진영에 몰려드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반면 노무현 캠프를 방문했을 때, 필자를 맞아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에 불과할 만큼 아주 초라했다.

    그러나 ‘노풍’이 불기 시작하자 ‘이인제 대세론’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그와 유사한 상황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전개되고 있다.

    영남권을 강타한 ‘박풍’이 충청권을 지나면서 ‘이명박 대세론’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은 얼마나 닮았는가.

    우선 이들 대세론은 모두 ‘바닥민심’과 관계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닮은꼴이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단연 ‘이인제’였다.

    조.중.동과 같은 메이저 언론도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이인제 띄우기에 나섰다.

    이 때 노무현 후보가 경선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가 대세론 이인제 후보를 상대로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의 지지율은 고작 2%였다.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바닥민심은 아니었다. 바닥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 세상이다. 그 인터넷 상에서 노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2% 후보가 대세론 후보를 이기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는 아무리 여론조사로 특정 후보를 띄워보았자 바닥민심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과 당시 상황이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현재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그 때 이인제 지지도와 맞먹을 정도로 매우 높다. 하지만 인터넷에 들어가면, 어떤가?

    한마디로 ‘박풍’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필자의 말을 못 믿겠다면, 독자여러분들도 한번 인터넷에 들어가 보라.

    포털 ‘다음’에서 검색트렌드를 비교하면 박근혜 후보가 압도적이다.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논객들 수를 보아도 최소한 7대 3에서 8대2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린 ‘노풍’보다 더 강한 ‘박풍’이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은 바로 바닥민심의 바로미터다.

    즉 바닥민심은 인위적으로 조작이 가능한 여론조사결과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2%후보가 ‘노풍’을 바탕으로 ‘대세론 후보’를 꺾었는데, 하물며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대세론 후보쯤이야 ‘박풍’으로 무너뜨리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는가?

    실제 한 인터넷 매체가 창간특집으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에서 ±3.1%)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박 두 후보의 격차는 3.9%였다.

    지난 31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중 성/연령/지역별 인구 수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하는 표본추출방법을 사용해 1003명(유효표본)에게 “만일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지”를 질문해 투표 상황을 가정한 후보 지지도를 질문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1.0%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7.1%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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