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과 당원들의 혁명은 시작됐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8-12 12: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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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한나라당 당협위원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의원과 당원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왜 그런가.

    우선 당협위원장들의 경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 총선이다.

    총선에서 당선되려면 유권자들로부터 유능하고 소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거나, 아니면 돈으로 때워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캠프에 가담한 안택수 의원과 심재철 의원의 경우를 보면, 이들은 소신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 것 같다.

    실제 이들은 장상, 장대환 두 국무총리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끝내 그들을 낙마시키고 말았으나, 지금은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는 후보 편에 ‘조르르’ 달려간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선택을 ‘소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이명박 진영에 가담한 김덕룡 의원과 전여옥 의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부인이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을 받은 일로 당에서 고발조치까지 당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정계은퇴’을 운운하다가 슬며시 철회한 사람으로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사람이다.

    전여옥 의원도 다를 바 없다.

    남의 글을 베껴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람으로, 김덕룡 의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유권자들로부터 ‘소신 없는 정치인’, ‘비도덕적인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그나마 총선에 출마하려면 실탄이라도 많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에게는 나눠줄 실탄이 별로 없다.

    반면 이 후보는 실탄이 남아돈다.

    이런 무리들이 ‘우르르’ 이명박 캠프에 몰려간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즉 돈 많은 재벌급 후보 앞에 줄을 서야 그나마 ‘콩고물’이라도 떨어 질 것으로 판단한 이들이 그 앞으로 떼를 지어 몰려갔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대의원들이나 일반 당원들은 당협위원장처럼 내년 총선에 쓸 실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총선보다는 정권교체와 차기 지방선거에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경선이후, 본선에서 범여권의 모든 공격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필승후보’가 누구냐 하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차기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이거나 출마여부를 저울질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자신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다.

    하지만 ‘땅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에 아무리 당협위원장들이 윽박지르더라도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앞에서야 당연히 “당협위원장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진심은 아닐 것이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공개될 것이 빤한 여론조사에서는 당연히 당협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아무개’라고 응답하겠지만, 비밀이 지켜지는 투표현장에서는 자신의 뜻대로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 자신의 지방선거 때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할 것 아니겠는가?

    어떤 넋 나간 대의원이나 당원들이 당협위원장의 총선 출마용 실탄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신이 사랑해온 당을 ‘땅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한 후보를 지지하겠는가?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이미 바닥 민심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엄정 중립을 강조한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의 당원.대의원 지지성향이 1대 9 정도로 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나왔다고 한다.

    물론 대구가 다른 지역보다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순수한 대의원과 당원들의 지지는 다른 곳에서도 이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이 대의원들의 표심이고 당원들의 속내일지도 모른다.

    즉 당협위원장들이 실탄을 챙기기 위해 돈 많은 재벌급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도, 실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의원들과 당원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정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이 반란이겠지만, 대의원과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혁명이다.

    그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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