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거에서 이기고 결과에서 졌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8-20 22: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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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한나라당 경선과 관련,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는 이기고도, 결과에서는 패하고 말았다.

    박 후보가 직접 현장에서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고도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됐던 여론조사 때문에 결과가 뒤집어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명박 후보가 81084표로 78632표를 획득한 박 후보를 미미한 차이로 제쳤다.

    하지만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다.

    선거 당일 휴대폰 투표용지 촬영 문제와 여론조사 표본 수 미달 등의 문제가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라는 게 있어서 이를 표를 환산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이를 가지고 박 후보 측에서 법적인 문제를 삼을 경우, ‘후폭풍’이 불어 올 수도 있다.

    실제 박근혜 후보 지지 모임인 박사모 회원들은 이날 무대 정반대편에서 `경선 무효`를 외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총체적 부정투표다. 세상에 핸드폰으로 부정하는 게 어딨냐`고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투표에서 이기고도 정확하지도 않은, 즉 오차범위가 있는 여론조사 때문에 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도 들린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가 봉인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캠프에서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즉 이명박 후보 측과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 간에 은밀한 밀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 여론조사 실시기관과 이명박 후보 진영이 긴밀하게 결과를 알려주고 받을만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겸허하게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특히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되신 이명박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국민과 당원의 10년 염원을 부디 명심하시어 정권교체에 반드시 성공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마 박 후보의 이런 고백은 진심일 것이다.

    또 박 후보는 “치열했던 경선은 이제 끝났습니다. 아무 조건도 없이 요구도 없이 그동안 저를 도와주셨던 순수한 마음으로, 이제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십시요. 이제 경선과정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립시다”라며 통큰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향해 “저와 함께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서 그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며 박 후보 패배에 따른 평당원들의 한나라당 탈당행렬을 막았다.

    그러면 박 후보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이재오 측근들은 박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을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만일 박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박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당을 개혁하고,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추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후보에게 씌워진 의혹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실체가 밝혀질 경우 그 오물을 같이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진짜로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다보면 이 후보가 중도 낙마하고, 박 후보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박 후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또 그 선택을 과연 지지자들이 끝까지 동의하고 따라 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팽팽하게 진행됐던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만큼, 이제는 범여권에서 누가 경선에서 승리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할 듯싶다.

    과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앞서가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싸움으로 압축될지, 그리고 이들이 이명박 승리 소식에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다. {ILINK:1} {I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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