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나라당을 버려야 하는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8-23 18:28:3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이 세상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조.중.동처럼 민중 위에 군림하는 재벌언론이 바라보는 세상이고, 또 하나는 민심을 곧바로 전달하는 네티즌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두 세상의 모습을 두루 살펴보는 게 일상처럼 돼 있다.

    그런데 양 측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쩌면 그리도 다른 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선 이번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만 해도 양측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중.동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당심과 민심을 장악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네티즌들은 ‘부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당심과 민심을 모두 잃고도, 여론조사기관의 지원을 받아 승자가 될 수 있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당협위원장들을 대부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당원, 일반선거인단이 참여한 투표 현장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패했다.

    그런데도 그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의 전화응답자를 직접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투표보다 무려 7배나 많은 표로 환산해주는 엉터리 같은 경선룰 때문이었다.

    더구나 여론조사에 응한 전화 응답자들은 직접 투표현장에 참여한 사람들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애당심이 많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는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한나라당에서 강한 후보가 탄생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지는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한 표가 진정 한나라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대의원 및 당원들의 일곱 표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됐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따라서 조.중.동의 ‘이명박, 당심과 민심 장악’이라는 분석과 해석은 틀렸다.

    네티즌들의 주장이 맞다는 말이다.

    이들 네티즌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다.

    특히 박사모 회원들을 비롯한 박근혜 지지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만일 이 힘을 결집시킬 수만 있다면, 비록 이명박 후보가 흠집이 있더라도 정권교체를 조금이나마 꿈꿔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권교체의 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러면 그동안 정의를 부르짖던 이들 네티즌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차기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나라당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지금 이명박 후보가 뉴라이트 등 검증되지 않은 단체를 끌어 들여 당을 ‘이명박 당’으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지 않는가.

    만일 이 후보의 뜻대로 진행되도록 방치한다면,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전한 우파 정당의 명맥마저 끊어지고 말 것이다.

    과거 ‘얼치기 좌파’라고 손가락질 하던 열린우리당이 재탄생하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대선에서의 패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마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즉 새롭게 전열을 가담 듬고 있는 민주신당 등 구 민주당 세력에 의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마음이 상한 네티즌들은 ‘그렇게 될 줄 모르고 이명박 후보 앞에 가서 줄을 섰느냐’며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하고픈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분노의 감정과 슬픔을 접어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박근혜 후보가 있는 한 한나라당이 망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차피 올해 정권교체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불행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땅떼기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어떤 미친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주겠는가?

    그들이야 자신들이 줄을 잘 못 선대가로 그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5년 후를 기약해야 하는 후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 아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올해 정권교체는 이미 물건너 갔다. 그렇다고 내년 총선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자면 누가 당권을 장악해야 하는지 네티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혁명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박근혜 자신이 아니라, 바로 네티즌들이다.

    만일 이 같은 혁명을 가로막는다면 박 전 대표는 물론, 네티즌도 미련 없이 한나라당을 버려야 할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