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원칙맨’ 문국현...‘원칙주의자’ 박근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8-28 1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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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지도자부터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명박 후보 측의 반칙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래서 박 전 대표에게는 ‘원칙주의자’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독자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별칭 역시 ‘미스터 원칙맨’이다.

    실제 한 기자가 “대학에서 커닝을 해본 적이 있느냐? 장난으로라도 한번 쯤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 문 후보는 “커닝을 장난으로 볼 수 있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실력경쟁에서 남의 것을 보는 것이나, 보여주는 것이나 피해를 끼치는 일이죠. 어려서부터, 젊어서부터 원칙에 맞춰 사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만일 같은 질문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했으면, 어떤 답변이 나왔을까?

    아마도 원칙주의자인 박 전 대표의 답변 역시 문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박 전 대표와 문 후보는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수차에 걸쳐 위장전입을 하는 등 반칙으로 세상을 살아온 후보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다.

    따라서 필자는 문 후보가 왜 편안한 CEO의 길을 버리고, 이토록 험난한 대선가도에 뛰어 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반칙적인 삶을 살아온 이명박 후보가 그런 방식에 의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했는데, 만일 그가 본선에서마저 승리한다면, 우리나라는 온통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말 것 아니겠는가?

    ‘미그터 원칙맨’은 바로 이런 점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고, 반드시 원칙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 ‘원칙주의자’ 박근혜와 ‘미스터 원칙맨’ 문국현이 말하는 ‘원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이 강조하는 원칙에 대해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부정부패로 돈을 벌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린 만큼, 피를 흘린 만큼 보상받고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국현 후보는 “저승객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소아마비를 앓는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을 가슴에 안고 계단을 올라갈 때면 `계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남몰래 울었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동생에 대한 배려를 통해 배웠고 그것이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배했다...나는 윤동주의 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부정부패한 방법이 아닌’ 원칙을 강조했고, 문 후보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박 전 대표와 문 후보 모두 ‘혁명’을 사랑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닮은꼴이다.

    박 전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선거혁명을 일으켜 달라”고 호소했다.

    당협위원장들이 돈 많은 후보 앞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데, 그 밑에 있는 대의원과 당원들은 당협위원장의 말을 따르지 말고 정의실현을 위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 후보 역시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물론 문 후보와 박 전 대표에게는 이처럼 닮은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둘 다 원칙을 강조하지만, 그 원칙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가 보수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문 후보는 보다 개혁적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박근혜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국현 후보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놀라운 변화다.

    일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사람들은 경선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을 지지했다가도 경선 이후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승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었는데, 이 같은 관례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반칙 후보에게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던져 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은 원칙 후보를 찾다가 ‘미스터 원칙맨’ 문국현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뜻 그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원칙을 지키는 방법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만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부정부패로 돈을 벌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린 만큼, 피를 흘린 만큼 보상받고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생각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세상”을 꿈꾸는 문 후보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방법상의 차이쯤은 서로가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원칙이 통하는 세상 만들기에 모두 함께 동참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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