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진영도 ‘필패후보’ 인정?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9-05 13: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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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요즘 한나라당 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명박 당선 가능성을 필자에게 물어보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지지율 60%를 상회하는 이회창 대세론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결국 넷심(네티즌 마음)을 장악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결국 박풍을 앞세운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결국 필자의 예상대로 박 후보가 오차범위내로 앞섰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한 명의 응답자에게 가중치를 두어 6표 이상으로 계산하는 어이없는 ‘경선 룰’ 때문에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긴 했지만, 사실상 박 후보가 앞선 선거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 대의원과 당원 및 일반 국민들이 참여한 18만명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앞섰고, 불과 5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만 이 후보가 조금 앞섰을 뿐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후보 측은 물론, 심지어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이명박 후보가 적어도 10% 이상차로 누르고 가볍게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연일 ‘이명박 대세론’을 띄우고 있었기 때문에 판단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더 이상 실체 없는 ‘이명박 대세론’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의 전망과 분석에 더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 가능성 49%냐, 29%냐>라는 글을 보고 걱정을 하는 것이다.

    모 국회의원은 5일 “현재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지지자들의 표를 절반가량 흡수해 55%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설마 지지율 10%도 안 되는 도토리만한 여권 후보들에게 떨어지기야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필자는 홍준표 의원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날 홍 의원은 “이명박 후보나 우리 한나라당이 범여권의 네거티브에 제대로 대응하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도 35% 아래로 언제든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홍 의원은 같은 정당 후보이기 때문에 “35%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마치 아직은 이뤄진 일이 아니고 미래에나 발생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다. 즉 이 후보의 지지율은 이미 35% 내외로 떨어졌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명박 캠프의 핵심 인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숱한 부패의혹을 받고 있는 필패후보로는 어차피 승리할 수 없으니, 이참에 당권이라도 확실하게 장악해 두자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실제 당권을 장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직책은 모두 이명박 진영이 독식했다. 반면 대선에 필요한 중요 직책에는 박근혜 진영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우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박형준 의원은 지난 3일 당 대변인에 임명됐다. 경선때 이 후보 쪽에 섰던 심재철·권경석 의원은 원내 수석부대표와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에 앞서 캠프 조직을 책임졌던 이방호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런데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방패막이 역할을 맡아야 할 직책에서는 이명박 진영 인사들이 모두 ‘쏘옥’빠져 나갔다. 대신 중립지대 인사나 박근혜 진영 인사들을 전면에 총알받이로 내세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권력형 비리 조사위원회’ 위원장에 경선출마자인 홍준표 의원을 내정한 것이나, 위원회 산하 ‘신정아 게이트 조사단’과 ‘정윤재 게이트 조사단’ 단장엔 각각 박 전 대표 쪽의 김재원·엄호성 의원을 내정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물론 엄호성 의원은 손사래를 치며 고사했고, 김재원 의원은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조차 않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정말 이명박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당권 대신 ‘이명박 방패막이’ 역할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당권은 확실하게 챙기면서도 이후보 방패막이 역할은 박근혜 진영으로 떠넘기고 있으니 이상한 노릇 아닌가?

    이는 이 후보를 보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어차피 본선에서 패할 후보를 위해 자신들이 피를 흘리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굳이 박근혜 후보가 선대위원장직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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