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여전히 ‘부패 vs 反부패’ 대결이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9-06 12: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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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12.19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줄곧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부패 vs 反(반)부패’의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명박 후보 측에서야 자신에게 불리한 ‘부패 vs 反(반)부패’의 대결구도를 피하기 위해 ‘좌파 vs 우파’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고 애를 쓰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인 ‘좌우 편가르기’를 체험했고, 그 같은 행위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전 대표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명박 후보는 물론, 다른 주자들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좌파냐 우파냐’하는 식의 편가르기를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특히 그는 경선 과정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던 고(故)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을 찾아가 위로하는 등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세대의 화합을 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이 같은 보습에 대해 일부 극우 진영 사람들이 반발하기는 했으나, 박 전 대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국민화합이 우선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지난 2004년 8월 당 대표 시절 DJ를 만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겪었던 고초에 대해 사과하면서 DJ로부터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화답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 12일 서울시 캠프 발대식이 열린 잠실역도경기장에서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박근혜 정부는 화합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화합’을 바라는 박 전대표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던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렇게 화합을 강조한 박 전대표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부패한 세력’이다.

    그가 경선 내내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진영은 지금 이 대결구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대결구도로 선거가 진행되면 ‘필패’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좌파 대 우파’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후보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이번 대선은 친북 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부패 대 반부패’로 진행되고 있는 대결구의 방향을 ‘좌파 대 우파’의 대결구도로 돌려놓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마치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이, 이 후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논객들을 향해 일제히 ‘좌파’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그들의 도마 위에 올라 내내 시달려야만 했다.

    박 전대표가 경선 내내 그렇게 강조하던 좌우(산업화-민주화세대)화합과 동서(영.호남)화합이 처참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좌파, 우파’ 발언 이후 박 지지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느닷없이 좌우 이념논쟁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박 전대표가 그토록 반대하던 일인데, 그의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념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물론 필자는 그런 사람들 모두가 이명박 진영의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논객들은 오직 양심에 따라 글을 쓰는 사람들인데, 뭐가 아쉬워 사탕발림에 넘어가겠는가. 다만, 이명박 진영 사람들이 워낙 노회한 사람들이라 순진한 논객들이 일시 상황판단을 잘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이명박 후보가 바라는 대로 이번 대결구도가 ‘우파 대 좌파’의 갈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대결은 박 전대표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박 전대표가 용서하지 못한 단 하나의 세력은 ‘부패세력’이며, 따라서 그의 뜻을 존중한다면 이번 대선구도가 ‘부패 대 반부패’의 구도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12.19 대결구도는 ‘좌파 대 우파’가 아니라,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시종일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부패 대 반부패’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기에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라면 이념논쟁에서 한 걸음 비켜서 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후보를 ‘좌파’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그들의 술수에 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아예 좌파니 우파니 하는 논쟁에 끼어들지 않는 게 상수다. 그리고 그것이 박 전 대표의 숭고한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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