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09-13 1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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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이명박 후보의 가벼운 입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28일 서울 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요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10여명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에 ‘성 상품화’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만찬에서 이명박 후보가 소위 `인생의 지혜`를 논한다면서 남성들이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

    그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에 글로 옮기기 민망스러울 정도여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도대체 ‘인생의 지혜’와 ‘마사지 걸 고르는 방법’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고작 ‘마사지 걸 고르는 방법’을 마치 대단한 ‘인생의 지혜’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찌될까?

    정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명박 후보의 경망스러운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 몇 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긴 했으나, 이명박 후보의 그 것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12일 낙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밝혔었다.

    장애인을 ‘낙태해도 상관없는 존재’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의 천박한 인권의식을 그대로 노출한 발언이다.

    같은 달 18일에는 이 후보가 서울 구로동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협회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영화 ‘마파도2’에 출연한 중견배우들을 두고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그 영화는 ‘한물 살짝 간’ 중견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라고 폄하 하는가하면 “(배우들에게) 공짜로 나오라고 해도 다 나왔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조롱했었다.

    경륜과 연륜보다 당장 힘을 쓸 수 있는 ‘팔팔한 젊음이 최고’라는 이 같은 발상이야말로 힘을 필요로 하는 건설회사 CEO 출신다운 발언 아니겠는가?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것보다 지혜를 사용하는 산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게 21세기 산업이다.

    또 지난 2월27일에는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비하하는 듯한 막말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 중의 부자인 그에게 있어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나 가난한 노동자들은 그저 ‘빈둥빈둥’거리며 노는 사람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 고진화 의원마저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은 지난 군사독재 암흑기에 저항하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감내한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은 개발독재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힐난했겠는가.

    이 외에도 그는 독신녀와 불임부부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 노조를 폄하하는 발언, 충청도 사람들을 비꼬는 발언 등등 무수한 ‘막말 퍼레이드’를 펼쳤다.

    물론 신(神)이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잇따른 ‘막말파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가 조롱하는 대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여성, 장애인, 노인, 민주화 운동 출신, 독신녀, 가난한 정치인, 노조, 충청도민 등 비교적 약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가 언제 재벌이나 부자를 조롱한 일이 있는가?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일이 있었던가?

    이런 의미에서 이 후보의 ‘막말 퍼레이드’는 다분히 그의 천박한 인권의식을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문국현 후보는 어떠한가?

    그는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 문제를 논할 때에도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를 말한다.

    IMF때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고도 오히려 회사를 열배 이상 성장시켰다.

    사람중심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이 후보처럼 막말파문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명박 후보의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가벼운 입’을 진중하게 하는 훈련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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