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입에 누가 재갈을 물리는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10-21 18: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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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필자는 네티즌들로부터 매일 하소연이 담긴 전화를 받는다.

    오늘은 누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누구는 며칠 전 컴퓨터까지 압수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기도 했다. 또 인천에 거주하는 어느 네티즌은 인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엊그제는 경남 모 경찰서의 출두요구서를 받았는가하면, 서울 서대문 경찰서로부터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는 황당한 소식까지 들어야 했다. 그들은 경찰서나 법원 등에 불려 다니면 생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박근혜 전 지지 네티즌들이다. 인터넷상에서 모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이 죄라는 것. 이는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과연 이같은 처사가 온당한 것인지, 정부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곤경에 처했던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당국이 성실한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의 장 밖으로 내쫓아 버리는 악역(惡役)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인터넷 선거 사범이 현재까지 107명으로 지난 16대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에서 선거법 위반을 단속하는 알바생들이 특수를 맞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소식까지 들린다.

    심지어 도덕성 문제로 네티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모 후보를 선출한 어느 정당에서는 개인블로그까지 집중 감시하자며, 네티즌의 입을 봉쇄하려는 모습을 노골화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네티즌의 입을 틀어막는 방식으로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 드는 이같은 모습에 네티즌은 환멸을 느낀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수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법은 유권자들, 특히 네티즌의 언로(言路)를 활짝 개방해 주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인정되는 이유는 누구나 정치지도자의 선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시민의 견해가 지도자 선정과정에 존중받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시민들이 지금 인터넷으로 몰리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네티즌들로 하여금 인터넷 상에서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곧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사회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네티즌의 입이 봉쇄되면, 결과적으로 조직과 돈을 가진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정치는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소수의 정치로 변질되고 만다. 한마디로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네티즌이 왜 특정 정치인을 비방할 수 없단 말인가?

    비난받아 마땅한 정치인을 향해 비난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정치집단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선거에 참여하는 것 역시 시민의 당연한 권리 아니겠는가?

    네티즌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세력과 싫어하는 정치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 호불호를 밝히는 것이 죄가 된다면, 이는 민주사회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한 네티즌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작 방송이나 메이저 신문(조·중·동)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등 편파 불공정 보도로 인해 박 지지자들이 인터넷 상에서 이의 부당함을 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이로 인해 박(朴)지지 네티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인터넷 토론장에서는 모든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이 글로써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오히려 권장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허위사실만 아니라면 문제될 것 없다.”
    필자 역시 그의 견해에 공감하는 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올곧은 신념을 전달하다가, 부당하게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네티즌들이 있다. 필자는 이들 모든 네티즌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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