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세력은 부평초였던가?

    기고 / 시민일보 / 2007-11-12 19: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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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태 복(前 보건복지부 장관)
    이회창씨의 등장으로 보수파세력들이 분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립점에 있는 민주개혁세력들에게 여론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통합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이 합쳐져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외형적으로 보면 이들 세력이 상징하는 뚜렷한 깃발이나 중심인물도 없고, 여론을 모아낼 정책도 애매모호하다.

    호남의 지역주의를 포장하기 위해 무엇이든 좋다는 식으로 끌어쓰다보니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잡탕뿐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으로 상징되던 구심점도 없어졌고, 노무현식 깜짝 이벤트에 진저리내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무엇도 없는 조건에서 실패한 국정세력들이 앞장을 서고 있으니 이른바 장(場)이 서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기름값 인하 등 5대거품빼기운동을 6개월 이상 전개하는 과정에서 민주화세력들의 존재는 정말 미미하고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한 ‘부평초’ 같은 상태라는 것을 거듭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젊은 투사들은 이제 거의 생활인이 됐고, 정치권에 갔던 일부 인사들은 살아남기에 급급한 처지였다. 그래도 간혹 지역에서 맨발로 땀 흘려 뛰는 동지들을 만난 것이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새롭게 성장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민들의 생활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묵묵히 뛰어다니며 주민들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데, 활로가 가로막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에서 돈과 연줄이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풍토에서 국민들의 갑갑한 생활현실을 걱정하고 나라의 앞날을 고뇌하는 일꾼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정파를 불문하고 기름값 인하 등 5대거품빼기와 전면적인 행정개혁 등 5대운동에 동의하는 이들에게 국민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튼튼한 신뢰기반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해왔다.

    민주 대 반민주, IMF 대 반IMF 같은 구도가 확연하지 않은 조건에서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신들의 생활문제일 수밖에 없고,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운동은 피부에 와닿고 구체적인 문제제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국민주권운동’이라고 불렀다.

    6.29 선언 이후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민주화국면에서 점차적으로 확대된 시민사회의 공간을 활용해 은폐된 기득권층의 비리를 폭로하고 고발하는 방식의 운동을 주요수단으로 삼았다. 하지만 권력과 언론들은 총동원되어 시민사회단체의 견제를 공격해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법과 제도를 지켰다. 그런데 아직도 과거의 시민운동의 타성에 빠진 이들은 과거의 고발식 시민운동과 새롭게 전개되는 국민주권운동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주권운동’은 국민들의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피부에 와닿는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주권자들의 실천운동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고발식 시민운동과 다른 것이다.

    이 새로운 국민주권운동은 몇몇 교수나 지식인 중심에서 주부, 농민, 실업자, 지방의원, 교수, 전문가, 공직자 등 다양한 인적 자원들이 광범위한 대중 속에서 주권자의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대중의 힘을 모으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활현실을 직접 개선해가는 운동이다.

    기름값 인하 등 5대거품빼기와 행정개혁 등 5대운동이 국민생활을 안정시키고 대한민국의 위기극복에 기여하려면 초반기 조직 구성을 더욱 탄탄히 다지고 법과 제도개선에 필요한 정치적 힘을 모아가면서 복지공동체, 생활협동조합, 지역자활센터 같은 실천적인 생활공동체작업도 현실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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