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7일 성대한 ‘탈당 출정식’ 가질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1-23 16:23:12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7일 자신의 지지자 연합모임인 '호박가족' 회원들과 함께 충남 태안 기름유출 피해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어쩌면 이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물론 외형상 박 전 대표의 이번 자원봉사는 박 전 대표 미니홈피 700만번째 방문자 이벤트에 당첨된 한 학생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박 전 대표 미니홈피에 700만번째 방문자로 당첨된 성소림 학생(15)은 지난 8일 미니홈피 게시판에 ""박근혜님께서 좀 더 보람 있는 만남을 위해서 좋은 의견을 제안해보라고 하셔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반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어머니 아버지께 여쭤 봐도 박근혜님과의 소중한 만남을 더 뜻 깊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게 좋겠다고 하셨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 12일 밤 10시께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뉴스를 접한 이후 그분들을 위해 무엇인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성소림 학생과 호박가족 분들과 함께 그곳을 다녀온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단순히 '호박가족' 회원들만 동행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당원 등 약 8000명 가량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단한 세과시가 이날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정하게 구성되지 않을 경우, 이날 자원봉사 행사가 사실상 ‘탈당 출정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우선 한나라당 공심위에 이방호 사무총장 등 '친(親)이명박계' 인사가 대거 포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심사위원 11명 중 당내 몫인 다섯 명에 '40% 물갈이' 발언의 주인공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포함됐다는 것은 대놓고 박근혜 측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즉 수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양측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측은 공심위에 사무총장이 포함된 사례가 없다며 이방호 총장 참여를 극구 반대해왔다.

    다만 굳이 이방호 총장을 넣겠다면 공정성 보장 차원에서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나 이성헌 전 의원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모든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실제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가 추천한 당내 인사는 이종구, 임해규, 김애실 의원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지난해 경선 때 이명박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인사들이다. 결국 공심위가 모두 '친이명박' 인사들로만 채워진 셈이다.

    특히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공천보장 희망자 명단을 박근혜 측 중진이 전달했다가 이명박 당선자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박 전 대표측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필자는 전날 “이명박 진영의 누군가가 박근혜 진영의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의 공천을 희망하는지 물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는 멍청하게 공천 희망자 명단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그 명단은 ‘박근혜가 이런 사람을 공천 해 달라고 이명박을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부풀려져 조.중.동을 통해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도 그대로,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다.

    만일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다면, 자신의 지지자 연합모임인 '호박가족' 회원들과 함께 충남 태안 기름유출 피해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27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날, 8000여명이 몰려든 태안반도 자원봉사 현장에서 거대한 ‘탈당 출정식’이 치러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박근혜 진영에서 4월 총선 공천 보장 희망자 85∼90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이명박 진영에 전달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온 뒤여서 결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박 전 대표 측이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도 관심 사안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